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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누구나 '꼰대'가 된다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1.02 09:37

수정 2011.11.02 09:37

영화 ‘이유없는 반항(Rebel without a Causeㆍ1955년)’에서 제임스 딘은 부모에게 이유없이 대드는 반항아로 나온다. 차를 몰고 절벽을 향해 질주하다 먼저 뛰어내리는 사람이 겁쟁이(치킨)가 되는 치킨게임은 영화 속 명장면이다. 그런 아들을 둔 부모 속이 어떻겠는가.

히피가 휩쓴 1960년대 미국에선 베이비부머들의 분노가 절정에 달했다. 긴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걸친 젊은이들은 밥 딜론(Bob Dylan)의 ‘세월은 변하네(The Times They are a-Changin)’를 흥얼거리며 월남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청교도 정신이 충만한 기성세대는 혀를 찼지만 소용없었다.

세대갈등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고대 상형문자를 해독하니 “요새 젊은 것들은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고 버르장머리가 없다. 말세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지 않은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는 세대가 같은 투표행태를 공유한다면 그게 이상하다.

한국판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막 은퇴기에 접어들었다. 청ㆍ장년층이 앞으로 이들을 30년가량 먹여살려야 한다. 일부 은퇴자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청년에게 돌아갈 일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래저래 젊은이들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게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로 나타났다.

1960년대 미국 청년들은 밥 딜론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체제에 저항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들은 오세요/ 그렇지만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비난하진 마세요/ 당신의 아들ㆍ딸들은/ 당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요/ 당신이 걸어온 옛 길은 낡았으니/ 제발 도와주지 않을 거면 새 길에서 비켜주세요/ 왜냐하면 세월은 변하니까요”(The Times They are a-Changin’ 중에서).

2010년대 한국 청년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나꼼수’에서 기성세대를 조롱한다.
나라에 따라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세대갈등은 불가항력적이다. 지금 청년들은 30년 뒤 또 ‘꼰대’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변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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