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화이트칼라의 고용문제/박덕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1.15 17:36

수정 2013.01.15 17:36

[특별기고] 화이트칼라의 고용문제/박덕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화이트칼라의 평균 근속연수는 50~54세를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고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정한 정년인 57.7세보다 약 4세나 짧은 53.9세가 체감 정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중장년 화이트칼라들이 정해진 정년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직의 압력에 직면한다는 것은 평균수명의 연장과 자녀가 독립하는 연령이 늦어지는 데서 오는 장기근속의 필요성과 상충되는 현상으로서 앞으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중장년 화이트칼라가 일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로 고임금, 직책 감소, 생산성 저하, 전직의 어려움, 조직 활력 저하 등 다섯 가지를 든다. 조직 활력 저하의 이유로는 고령화로 인한 신구 세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들고 있는데, 이는 고령 근로자가 증가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며 한국어의 호칭과 복잡한 경어체계 등에 따른 부작용으로서 한국 사회가 앞으로 고쳐야 할 문화에 속한다.

종신 고용 관행이 없어지고 있고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의 회사 인사관리는 종업원이 한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 많은 회사원이 조직서열에 따라 승진해가는 것이 아니라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승진하는 일이 흔하다.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서 외국 사업장에서 근무하거나 외국인과 함께 일하는 기회도 흔해졌다. 그만큼 일터가 다양한 구성원으로 채워지고 그 변동이 심해진 것이다.

한국 일터에서는 대체로 성(姓)과 직책을 결합해 김 부장(님), 이 과장 식으로 호칭을 쓰며 비공식 자리에서는 선배·후배·형님 등의 호칭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대체로 이름을 부르는 미국의 직장과 비교하면 이러한 호칭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자주 만나는 사이가 아니면 승진하여 직책이 바뀌었는지 아닌지를 모를 때가 많다. 타인에게 연락할 때나 말을 걸 때 실례할까봐 신경을 써야 하니 할 말도 안 하게 돼 정보 소통에 장애가 된다.

또한 동기나 친구 간에 승진 속도가 다를 때에는 누구는 부장인데 나는 여전히 과장이니 타인이 부를 때마다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이사나 상무로 불릴 자리로 승진을 못한 사원은 밀려나는 기분을 가지게 되고 다른 회사로 옮기려 해도 나이에 걸맞은 직급이 없으면 능력이 있어도 채용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형이나 선배 같은 호칭은 전근대적인 인간관계인 지연이나 혈연 또는 학연에 근거한 것으로서 공과 사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므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사용하기 어렵고 연령과 회사 내 근속서열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쓰기가 불편한 경우가 생긴다. 같은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동료끼리는 나이를 기준으로 형이나 선배 같은 호칭을 쓰기도 하는데 그럼으로써 이러한 호칭을 부르는 그룹의 외부인에게는 이방인의 소외감을 줌으로써 역시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이에 더해 '해라' '하게' '하세요' '하십시오' 같은 복잡한 경어 표현구조는 상대방에게 존대할지, 하대할지, 벗할지 신경 쓰게 하고 결국 말을 않음으로써 오해를 피하도록 유도해 적극적인 대인관계와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있다.

기업은 주어진 문화를 탓하지 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평등지향적인 호칭과 단순한 경어법을 개발하고 보급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정보화 시대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의 원활화를 가져오고 중장년층의 고용 문제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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