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어학원은 교육기관 해당 안돼. 기사 인용땐 ‘공정사용’ 필수”/법무법인 화우 홍동오 변호사

손호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26 16:55

수정 2013.02.26 16:55

[특별기고] “어학원은 교육기관 해당 안돼. 기사 인용땐 ‘공정사용’ 필수”/법무법인 화우 홍동오 변호사

최근에 영국의 경제주간지로 유명한 이코노미스트가 국내 모 어학원을 저작권 침해로 형사고소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국내의 교육기관이 영어권 정기간행물 기사를 발췌해 저작권자 허락도 없이 영어 수업에 활용해온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제주간지 기사라고 하더라도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저작권법 제7조 제5호).

이는 원래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은 외부로 표현된 창작적인 표현형식일 뿐 그 표현의 내용이 된 사상이나 사실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기간행물의 기사가 모두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경제동향 분석 및 예측에 관한 글을 기자 특유의 표현형식으로 작성한 기사를 승낙 없이 복제하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한다.

경제주간지 기사는 아무래도 단순한 시사보도보다는 경제동향 분석 및 예측에 비중을 둘 것이므로 그 표현형식 여하에 따라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어문저작물에 해당하기 쉬울 것이다.


이러한 경제주간지 기사를 대학교 등 저작권법 제25조 소정의 '교육기관'에서 그 수업 또는 지원 목적상 필요하다고 인정돼 복제·배포·전송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된다(저작권법 제25조 제2항).

해당 수업을 듣는 학생이 이를 복제·전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제25조 제3항). 저작권법에 의거 일정한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저작권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통설이다.

그렇다면 학원은 어떠한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상의 '학원'은 저작권법 제25조 소정의 '교육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7. 5. 23. 선고 97도286 판결 등). 어학원도 예외가 아니다.

어학원에서 그 수업 목적상 필요하다고 경제주간지 기사를 발췌해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성립한다.

불법 복제 등에 의해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36조제1항). 해당 어학원 강사뿐만 아니라 어학원 법인 자체가 처벌될 수 있다(저작권법 제141조).

그렇다고 어학원이 경제주간지 기사를 발췌해 영어 교재를 만드는 일이 항상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경제주간지 기사를 인용하는 것은 가능하다(저작권법 제28조, 제35조의 3 등 이른바 '공정사용'(fair use) 조항).

그러나 흔히 어학원에서 이루어지는 교습 관행처럼 영문 경제주간지 기사를 발췌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그 내용을 독해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fair use' 조항의 적용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해당 기사가 교과서에 게재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경제주간지 기사 중 일부 문장만을 발췌한 것이고 발췌 목적이 오로지 교과서에 게재된 같은 부분을 해설하기 위한 것이며 해당 문장이 문법이나 특정 구문 사용에 관한 해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일개 예문으로서 제시된 것이라면 'fair use' 조항의 적용을 받거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저작권 침해 책임을 묻지 않을 여지도 있다고 생각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