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의료로봇 선도국 이루려면/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현형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21 17:00

수정 2013.03.21 17:00

[특별기고] 의료로봇 선도국 이루려면/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언젠가부터 기술융합이란 키워드가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창출하는 대표적 트렌드로 자리잡게 됐다. 예를 들어 다빈치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수술로봇은 제조산업에서 발전한 로봇기술이 의료바이오 산업과 접목한 성공적인 예다.

2005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 도입한 이 로봇수술은 현재 전국 32개 병원에서 해마다 7000차례 이상의 수술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 숫자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수술 실효성 논란을 거두기 위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개복수술에 비해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빠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로봇수술과 함께 새롭게 떠오르는 수술은 의료영상기반 수술이다. 마치 수술로봇을 자동차에 비유하고 집도의를 운전자에 비유한다면 이 영상기반 기술은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을 달아주는 것과 같다.
의사의 감각에 의존하는 불확실하고 비정형적인 수술에서 정확한 의료영상 데이터에 기반한 수술로 패러다임이 또 한번 바뀌고 있다.

지난주 필자는 이러한 첨단 의료공학 현장을 찾아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료공학 연구소와 하버드 의대를 방문했다. 존스홉킨스대에서는 기업과 대학이 협업해 진행하는 첨단 의료로봇 연구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미국에서 가장 의료로봇을 첨단적으로 연구한다는 두 대학 연구실의 방문을 통해 받은 느낌은 실로 신선함을 넘어 우리도 연구환경을 혁신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절실함이었다. 그 변화의 방향을 3단계로 정리해 본다.

첫째는 실용성이다. 두 대학 모두 어떤 연구든 아이디어는 의료로봇 기업으로부터 때로는 직접 병원으로 출발해 대학이 매개체가 되는 삼위일체형 개발로 진행된다. 그 결과 연구는 연구로만 그치지 않고 임상테스트와 제품화로 발전한다. 이는 어떻게 다빈치라는 세계 최초의 실용적 수술로봇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 곱씹어 볼 대목이다. 둘째는 개방성이다. 존스홉킨스대에서 하나의 연구과제를 위해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팀을 이루고 하나의 공간에 모여 수시로 서로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하며 개발하는 모습은 집단 지능의 극대화를 보여주는 듯했다. 연구비 예산을 나누고 수개월에 한 번 모여 각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헤어지는 우리의 폐쇄적 연구환경과 대비된다. 마지막으로 현장성이다. 하버드대에서 의료영상기술과 로봇기술이 융합돼 암세포의 3차원 위치를 알아내는 항법기반 수술 연구에 로봇공학자들과 임상의들이 밀접하게 협업하는 연구환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사와 공학자들이 보여준 현장 밀착형 협업의 예는 지난 수년간 우리가 만든 로봇 시제품들이 정부의 막대한 투자를 받고도 연구소 안만 맴도는 이유를 확실히 보여준다.

이처럼 기술융합의 성공 요인은 여러 분야의 기술을 묶어 한데 모으는 콘텐츠에 있지 않고 그 방법론 즉 프로세스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대학의 예를 통해 정리된 바와 같이 우리의 연구개발 환경을 진정한 협업이 이루어지는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연구개발(R&D) 프로세스로 구축할 때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민국 의료로봇, 더 나아가 로봇 선도국의 꿈이 실현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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