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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욱의 프레임 맞추기] 측우기와 지식재산강국/산업부 차장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5.21 16:45

수정 2013.05.21 16:45

[양형욱의 프레임 맞추기] 측우기와 지식재산강국/산업부 차장

지난 19일은 '발명의 날'이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제48회 발명의 날 기념식도 진행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박근혜 대통령도 처음으로 참석했다. 대통령이 발명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는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이후 무려 10년 만이다. 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지식재산이 창조경제의 에너지라면, 발명은 그 에너지를 만드는 기초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지식재산 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가 녹아 있는 대목이다.


5월 19일이 발명의 날로 정해진 것은 남다른 사연이 있다. 세종대왕이 1442년 5월 19일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만들어 백성에게 공포했다. 정부는 1957년 국무회의를 통해 이를 기념하기 위해 5월 19일을 발명의 날로 제정했다.

선진국들도 대부분 발명의 날을 정해 기념하고 있다.

미국은 1987년부터 발명왕 에디슨이 태어난 2월 11일을 발명의 날로 정했다. 독일은 영화 '삼손과 데릴라'의 여주인공으로 알려진 배우이자 발명가인 헤디 라머의 출생일인 11월 9일을 발명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일본은 매년 4월 18일에 왕실 가족이 참석해 발명의 날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거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만든 위대한 '지식재산 창출 유전자'를 물려받고도 현재에 와선 진정한 지식재산 강국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양적인 면에서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세계 4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금액 규모 세계 3위 국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간 16조원의 정부 R&D예산을 투입하고도 기술무역수지는 7조원가량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농부가 농사를 많이 짓고도 소출은 적은 꼴이다.

이는 창출된 지식재산이 제대로 보호·활용되지 못하는 총체적 시스템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우리의 지식재산 보호 수준은 지난 2011년 기준 세계 31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특허권자가 승소하는 비율은 20% 안팎이다. 설사 승소해봐야 평균 손해배상액은 고작 5000만원 안팎이다. 이런 지식재산 환경에서 누가 힘들여 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하겠는가.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법 제도의 선진화가 절실하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피해액의 수십배의 배상액을 물도록 엄벌해야 한다. 동시에 법원의 전문성 제고가 급선무다. 지식재산 소송 대리인도 전문성을 갖춰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지식재산 보호와 활용의 건전한 생태계 구축은 박근혜정부가 표방한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세계 경기침체 극복과 100만 실업자 해결의 열쇠도 지식재산이다.
이 땅에서 '제2의 빌 게이츠'처럼 수백만명을 먹여 살리는 창조적 인재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hwy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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