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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시간강사 설움 누가 알까

오풍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19 04:02

수정 2014.11.04 19:37

[오풍연 칼럼] 시간강사 설움 누가 알까

돈 벌기가 참 어렵다. 그냥 돈을 주지 않는다. 노동의 대가로 받는다. 일을 하든, 강의를 하든, 글을 쓰든 노동을 한 만큼 급여를 받는다. 많이 주면 좋으련만 고용주, 즉 사업주는 그렇게 후하지 않다. 한 푼이라도 덜 주려고 한다.
받는 사람과는 정반대다. 특히 비정규직의 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대접도 그렇거니와 임금도 형편없다.

시간강사도 대학교수라고 한다. 대외적으로는 겸임교수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보수를 들여다보면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다. 말 그대로 시간당 보수를 받는다. 4년제 대학의 평균급여가 시간당 5만1000원이라고 한다. 그보다 훨씬 덜 받는 대학도 적지 않다. 게다가 방학 때는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 한 학기당 강의는 15주. 이때만 월급을 받으니 4개월치를 채 못받는 셈이다. 일주일에 3학점짜리 1과목을 강의할 경우 60만원을 밑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강의준비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인풋에 비해 아웃풋이 너무 적다고 할까.

"저도 보따리강사입니다. 이번 방학부터 고민과 고민 끝에 야간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대리운전. 거의 밤새 뛰어다닙니다. 대학 4년에다 유학 8년의 대가라니 한숨 나오죠. 살기 위해 뜁니다. 서울의 소위 메이저급 대학이 5만원 이상이고 그 외에는 3만~4만원입니다. 그 한 시간을 위해 연구하고 준비하는 시간은 대가가 없습니다. 귀국한 지 6년인데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게 후회스럽네요. 여기저기 이미 썩어 악취 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그래도 뛸 수밖에 없네요. 나만 바라보고 사는 가족 때문에요." 한 시간강사의 하소연이다.

시간강사들의 생활은 처절하다. "서울서 지방대로 강사 나가는데, 시간당 2만8000원 줍디다. 이번 한 학기 하고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 다음 학기는 안 맡았습니다. 애들이 '선생님, 다음 학기도 오시죠?'라고 물을 때 참 입맛이 썼습니다. 의료보험도 지역 가입자로 냅니다. 국민연금도 개인자격으로 냅니다. 이렇게 몇 학교 8년간 하다가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보람이 내 현실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하더군요. 맘 놓고 마트 장 한번 보는 게 소원입니다. 남아 있는 강사님들 그래도 힘내세요! 좋은 날 오겠죠!" 또 다른 강사의 푸념을 듣노라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시간강사는 서민보다도 더 서럽다고 한다. 서울 모대학 시간강사는 나이 50에 장가도 못가고, 친구끼리 소주 한 잔 먹는 자리도 부담스러워 한다. 목수의 일당이 15만원인데 품위유지상 그것도 못하는 처지다. 1년에 2000만원 벌기도 버거운 정도다. 자식들 키우는데 턱도 없고, 휴일날 용역사무실로 일당 벌러 가기도 한단다. 행여 알아보는 학생이 있을까봐 모자를 푹 눌러 쓰고서. 힘든 화이트칼라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간강사 문제만이 아니다. 고용불안과 생계유지의 위험에 노출된 비정규직이 많다. 시간제 노동 전반의 고용, 생계 안정을 통해 사회 안정을 추구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예컨대 재정여력 있는 기업·대학들과 고액연봉 받는 정교수, 귀족 노동자 등이 자신들의 초과 분배분을 조금씩 덜어 내어 비정규직 처우개선, 고용안정 자금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들이 있을 게다. 아울러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창의적 수단과 방법을 창안해 구속력 있는 법령 제·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라고 본다.

신문사를 떠난 선배들도 1년 이상 강의를 하지 못했다. 스스로 그만둔 것이다. 보수가 적고, 힘들기 때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했다. 시간강사의 고충을 알만 했다. 그런데 비하면 나는 호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초빙교수. 시간당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니다. 연봉 계약을 했다.
시간강사의 처우도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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