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변리사 소송대리권 해결 시급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8.22 04:10

수정 2013.08.22 04:10

[특별기고] 변리사 소송대리권 해결 시급

시지포스는 밀어 올리면 제자리로 굴러떨어지는 돌을 끝없이 밀어 올려야 한다. 자신의 잘못도 아니면서 신을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그런 벌을 받았다. 변리사 소송대리권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마치 시지포스의 짐처럼 다가온다.

지난 7월 3일 이원욱 의원이 대표로 변리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변리사는 특허 등에 관한 침해소송에 대해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고 변리사는 재판기일에 변호사와 같이 출석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변리사법 2조에 '변리사는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해 특허 등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고 제8조에 '변리사는 특허 등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보다 소송대리권이 더 넓고 명확하다. 그런데도 개정안은 소송대리권 범위를 좁히는 쪽으로 간다. 참 이상하다.

이것은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현행 규정을 억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소송대리권 범위를 좁혀서라도 소송대리권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으로 상황에 타협한 것이요, 울며 겨자 먹기다.

국회 입법을 거쳐 변리사 소송대리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다. 17대 국회였던 2006년 11월 발의돼 산자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에서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18대 국회인 2008년 11월 이종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지경위를 거쳐 법사위로 넘어갔지만 역시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번 안도 법사위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간 법안이 변호사 업역을 건드리는 것이면 법사위가 쥐고 회기가 끝날 때까지 처리하지 않고 뭉갠다. 그러다 회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변리사법은 두 번이나 그랬다. 법사위는 '법률안의 체계.형식과 자구 심사에 관한 사항'을 처리하는 곳이다. 자구 심사를 해야 할 법사위가 법안 실체를 제멋대로 주무른다. 특히 변호사 업역과 관련된 법안은 법사위를 거의 통과할 수 없다. 국회의원은 나라의 이익을 위해 일하겠다고 선서했는데 실제는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삼성과 애플 사이 특허싸움에서 보듯이 지식재산권이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 기술 개발이 중요하지만 개발한 기술을 제대로 보호받는 것도 더없이 중요하다. 세계의 큰 흐름은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주는 것이다. 내년 초에 문을 열려고 추진 중인 유럽통합특허법원에도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준다.

우리는 1961년에 소송대리권을 부여한 변리사법을 시행해 왔다. 우리 법 대부분이 일본 법을 베꼈지만 변리사법은 달랐다. 지식재산 업무는 변리사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 실제 소송에서 핵심 업무는 변리사가 처리한다. 발명가, 기업가, 일반 국민도 지식재산 관련 소송에서 변리사가 해야 할 구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단순히 업역 다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에 관한 문제다.
비록 두 차례 제자리로 굴러왔지만 다시 밀어 올려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시지포스와 같은 벌을 계속 강요할 것인가.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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