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대안없는 ‘원전 배척’ 비현실적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12 16:35

수정 2013.12.12 16:35

11일 열린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가 아수라장이 됐다. 반핵 시민단체 인사들은 단상을 점거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원전설비 비중을 29%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23기다. 건설 중인 원전이 5기, 계획이 잡힌 원전이 6기다. 비중을 29%로 높이려면 추가로 대여섯 기를 지어야 한다.


야당은 정부·여당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1일 "일단 원전을 늘리고 보자는 안이한 발상은 나라 전체를 심각한 위협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에서 "원전 비중 확대와 원전 추가 건설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 문 의원은 2060년께 원전 제로 공약을 내세웠다. 일부에선 원전 비중 확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이상적이다. 박 대통령의 원전 공약은 신중했다. "국민 여론을 수렴해 향후 20년간의 전원믹스(Mix)를 원점에서 재설정하며,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재검토한다"는 내용이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5월 시민사회·산업계·학계 60여명이 참여하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민관 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여기서 다섯 달에 걸친 숙의 끝에 10월 원전 비중을 기존 41%에서 22~29%로 축소하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 중 29%를 선택했고 며칠 전 국회에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을 제출했다.

주목되는 것은 민관 워킹그룹이 향후 20년 뒤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목표치를 기존 11%로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5년 전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잡은 11% 목표치가 과대포장됐으며 앞으로도 태양열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른 에너지원을 더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면 전원믹스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게 당연하다. 원전 비중 22~29%엔 이 같은 워킹그룹의 고민이 담겨 있다.

원전은 여론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여론에 편승해서도 곤란하다. 정부·여당은 낮은 자세로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원전 안전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야당은 원전 축소·포기를 말하기 전에 먼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AEA)는 지난달 '한국 에너지정책 국가보고서(IDR·In Depth Review)'에서 "다른 에너지원에 대한 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정책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원전이 없으면 전기료를 40~50% 올리고 원유 등 에너지원을 연간 300억달러 정도 추가로 수입해야 한다는 추산도 있다.
지금 한국은 자나깨나 블랙아웃을 걱정하는 처량한 신세다. 원전 없는 세상은 꿈이다.
그러나 꿈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