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최저임금 인상률 7.1% 적정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9 17:30

수정 2014.06.29 17:30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1% 오른 시간당 558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으로 치면 약 117만원(월 209시간 기준)꼴이다. 지난 27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밤샘 회의 끝에 내놓은 결과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인상률은 공익위원들이 주도했다. 사용자 측(2.1%)과 노동계 측(15%)의 간극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최종 공익위원안에 노동계는 찬성, 경영계는 반대했다.
7.1% 인상에 대한 경영계의 불만을 읽을 수 있다.

올해 물가는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만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5월까지 일반 근로자 임금인상률은 4.4%에 그쳤다. 분명 7.1%는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선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5210원)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최저임금보다 더 적은 돈을 받고도 일할 사람이 넘치기 때문이다.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되레 서민, 특히 젊은층의 실업률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점에서 7.1% 인상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정책에 관한 한 경영계의 양보를 당부하고 싶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서구에서 처음 도입됐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시장을 오로지 수요·공급 원리에만 맡길 경우 종종 시장 실패가 나타난다. 최저임금제는 이를 보완하는 장치다. 한국에서 최저임금제가 민주화 직후인 1988년부터 시행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임금제는 소득 격차를 줄이는 수단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빈부 격차가 각국의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한편 세계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현행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보수정부가 집권한 영국·독일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이 있다. 강경 보수파인 일본 아베정권도 이 같은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때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다. "성장률과 물가를 기본으로 반영하고 소득분배 조정분을 더해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사실 공익위원안은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충실히 반영했을 뿐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최저임금제가 확실히 이행되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사업주에 대해선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공약은 세계적인 흐름과 일치한다.

시장만능주의자들이 예측한 낙수효과는 없었다. 부(富)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았다. 빈부 격차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에서도 사회 통합이 큰 문제다.
매년 최저임금 협상에서 재계가 습관적으로 동결 카드부터 내미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위대한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
반기업 정서를 탓하기 전에 재계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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