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노인복지시설, 따뜻하게 바라보자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2 17:11

수정 2014.10.24 11:54

[여의나루] 노인복지시설, 따뜻하게 바라보자

얼마 전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노인요양시설 입주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자기 동네에 노인주간보호센터(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단을 돌리고 구청에 진정서를 내는 등 집단반발을 하고 나선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8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미국 영화가 생각난다. 사람은 모두 늙어간다는 사실 앞엔 너나할 것 없이 평등하다는 진리를 앞에 두고도 사회에서 노인들의 역할은 부당히 줄고 소외되는 현실을 고발한 영화인데 우리는 생활권 내에 들어오는 불편한 노인들의 작은 공간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이라니 참으로 안타깝다.

수명이 늘면서 고령화사회에 대한 부담과 대책 마련은 모든 선진국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고령화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0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전체인구의 11%다. 한국사회의 고령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2018년엔 노인인구비율이 14%를 상회하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인복지수준은 세계 91개 나라 중 67위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복지지출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낮다. 지금보다 열악했던 우리나라 노인복지 수준이 현행 노인복지제도 운영의 근거가 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의 추진 배경이 된 것은 얼마 안 됐다. 당시 우리 재정능력으로는 제도도입이 시기상조라는 반대가 컸음에도 불구, 참여정부시절 입법이 완료돼 2008년 8월 비로소 시행된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에 이어 제5의 사회보장제도가 됐다. 거동이 불편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과 치매 및 중풍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노인 가정을 수발도우미가 직접 방문하거나 전문시설에 입원시켜 병간호를 해주는 제도다. 가족에게만 짊어지게 했던 짐을 사회가 나눠 '품앗이'하게 된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르면 노인주간보호센터는 일정요건을 갖추고 관할구청에 신고하면 설립 운용할 수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센터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반대 민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막상 개관이 돼 주민들이 센터를 둘러보면 대부분 오해를 해소한다고 한다. 노인주간보호센터는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노인들을 위한 재가시설이다. 인지능력은 떨어지지만 거동이 가능한 경증치매 노인들이 낮에만 센터에 머물며 요양간호사나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의 돌봄 서비스를 받는다. 차량으로 노인들을 센터에 등.하교시키고 인지능력 향상을 위해 미술.음악.놀이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어 '노인 유치원'으로도 불린다. 중증치매노인은 요양병원에 입주해 돌봄을 받고 경증치매 노인은 집에서 다니며 치료를 받는 맞춤형 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전체 노인인구 613만여명 중 9.4%에 이르는 57만명이 치매로 고통받고 있으며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매년 1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치매환자의 증가가 이런 추세로 지속되면 앞으로 10년 안에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모두 노인이 된다. 경증 치매노인들을 위한 시설은 오히려 지역주민들이 적극 유치할 법도 하다. 선진국에 가보면 시내 중심에 노인들이 많이 보인다. 도시 한복판에 양로시설이 있기 때문인데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사회든 노인들에게는 사회지분이 있다. 굳이 이것을 따지지 않더라도 노인들은 마땅히 사회로부터 우선적 배려와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우리도 생활권 안의 노인시설 건립에 대해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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