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여의나루] 창조경제와 소프트웨어 교육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1 17:04

수정 2014.10.23 21:32

[여의나루] 창조경제와 소프트웨어 교육

몇 달 전 모 전자회사의 연구소를 찾았을 때 일이다. 연구소 초입에서부터 입맛 돋우는 카레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현재 모바일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이 회사 연구소에는 인도 출신의 소프트웨어 인재가 다수 일하고 있어 인도 음식이 제공된다고 한다. 이 전자회사는 인도 정부와 소프트웨어 분야 고급 인력을 공급받는 협약도 체결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인도를 힌두교를 바탕으로 하는 정신문화의 나라로 생각하지만 세계에서 인도는 첨단분야에 있어 손가락 안에 드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에 있어 선진국 못지않은 지속적 투자를 해온 인도의 선견지명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현재 인도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세계 도처에서 핵심 인재로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소프트웨어 교육 열풍이 대단하다. 정부는 물론 언론·학계를 통해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최근 정부기관을 통한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발표로 인해 벌써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고도 한다. 이렇게 온 나라가 떠들썩한 것은, 우리가 하드파워의 시대에서 소프트파워 기반의 창조경제 시대로 전환되는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창조경제 시대 창조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할 준비를 해야 할 터인데 원론적인 논의만 오고갈 뿐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아 아쉽다. 우리는 과거 산업화 시절, 변화의 시기에 대응한 교육을 통해 미래를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1970년대 기계 산업 및 공업 분야를 통한 국가발전의 근간을 마련키 위해 당시 정부는 국립금오공업고를 비롯, 도별로 한개씩 특성화된 기계공고를 설립, 고도의 기술을 연마한 인력을 대량 공급해 기계공업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아울러 관련 전문학교·대학교를 설립하고 대학 특례입학, 병역혜택은 물론 산업현장 취업 연계정책도 시행했다. 우리나라가 2000년대 초반까지 연속해 기능올림픽 우승을 하며 기술입국으로 자리하고 뒤이어 IT 강국으로 초석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런 흐름에 적절히 발맞춘 교육의 힘이 매우 컸다.

창조경제 시대에 있어 주목받는 소프트웨어 교육도 위와 같은 국가 차원의 청사진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벌써 유아기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전개하며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과학적 사고'를 배양해 창의력·논리력과 같은 창조경제 시대의 기본 소양을 갖추게 하고 중등교육 단계부터는 ICT 특성화고, 소프트웨어 사관학교 등과 같은 교육기관을 설립, 해당분야 전문 엘리트들을 대량 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이 청소년들이 적성에 따른 맞춤형 진로 교육을 받아 사회에서 소프트웨어 고급 인력으로서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산학 간의 긴밀한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기계공업 발전과정에서 이를 성공시킨 바 있으니 이를 잘 연구하면 새로운 시스템을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식경제의 시대 십수년을 이어온 IT 강국의 위상은 하드웨어 제품 판매를 통한 소수 글로벌 기업의 성과였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삼성과 우호적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노키아를 인수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재편을 시도하는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 질서의 재편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갖춘 자의 힘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길 시점이다.
하드웨어가 강했던 우리가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로의 교육 투자를 통해 양수겸장의 미덕을 실현한다면 변화의 시대에 밝은 미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서병문 단국대 미디어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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