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주택시장 살아나려면../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3.25 16:54

수정 2009.03.25 16:54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은 지난 40여년간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며 시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에서는 200∼300년간 진행된 산업화·도시화 과정을 우리는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시점으로 30여년 만에 완성했으니 자연히 도시적 용지의 부족과 이에 따른 지가 상승, 그리고 그에 수반한 투기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투기억제 정책을 수행하였으며 때로는 일반 경기가 침체해 부양책을 쓰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몇 가지 부동산시장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형성됐는데 이러한 믿음은 오늘날의 정책 형성과 시장 움직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첫째로 들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부동산을 좋아해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믿음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토 면적이 우리보다 훨씬 넓은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때는 금광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했으며 투기도 성행했다.

오죽하면 헨리 조지라는 학자는 당시의 토지 투기를 개탄해 유명한 ‘진보와 빈곤’이라는 저서를 통해 ‘토지 단일세-지대에 대한 100% 과세’를 주장하기도 하였다.

참여정부 시절 헨리 조지를 숭배하는 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무겁게 하자는 주장을 하며 실제 정책에 반영했다. 유감스럽게도 헨리 조지는 공급이 불가능한 토지에 대해서만 중과세를 주장했는데 당시 우리는 공급이 가능한 주택에 대해 세제를 강화함으로써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경험했다.

한때 심각하게 논의되던 버블 논쟁도 사실은 중세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구근에 대한 투기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튤립 수요가 폭증하자 튤립의 구근 가격이 황소 한 마리와 맞먹는 가격에 형성됐다고 하니 인간의 경제행위가 항상 합리적인 근거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에 대한 강한 선호의식은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며 사회·경제적 조건이 맞추어지면 어느 곳에서든 투기는 일어날 수 있으며 우리는 특히 투기억제 정책으로 시장에서 형성된 프리미엄 때문에 투기가 존재할 조건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난히 많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투기 형성의 조건들 중에는 정부의 잘못된 규제와 시장 개입이 가장 크다고 본다. 시장에 대한 규제는 항상 초과이익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가 투명하지 않을 때 투기적 이익은 더욱 커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규제 만능주의의 전형은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토지개발이나 공급에 대한 규제는 그 형태가 어떤 것이건 간에 공급을 위축시키게 된다. 그러한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심리를 냉각시켜 잠시 가격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공급을 위축시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주택분양가 규제만 해도 그렇다. 지금 분양되는 물량의 대부분은 규제 이전에 착수된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향후 몇 년간 서울에서 계획된 공급 물량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다. 특히 주택공급을 재건축에 의존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경우 공급 계획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분양가 규제는 장기적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위해서도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라고 하겠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었으니 주택 공급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믿음도 잘못된 것이다. 주택은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되는 상품이다. 일단 공급이 이뤄지면 패키지의 재구성이 쉽지 않다. 그런데 주택에 대한 수요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소득이 향상되면 더 좋은 시설과 입지를 원하는 수요가 있게 마련이다. 만일 이러한 주택의 질적 수요에 재고가 부응하지 못한다면 양적으로는 충족됐을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채워지지 않은 수요가 있기 마련이다. 강남의 재건축을 촉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규제는 만들기 쉽지만 폐지하기는 어렵다.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지정만 해도 그렇다. 당초 투기지역이 효과를 발휘한 것은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때문이었다. 그러나 양도세의 기준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변화된 지금은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할 당위성은 약하다. 물론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나 양도세 탄력세율 적용 등의 규제가 가해지지만 이는 개별법에 의해서 얼마든지 규제가 가능한 것들이다. 그러나 정책당국자들은 당장에 써먹기 쉬운 규제제도를 폐지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두고 논란이 많다. 경기부양이나 건설업계를 위한 것이라는 비난들이 그것인데 진정한 목적이 그것이라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잘못된 규제를 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바로잡는 것이라는 시각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장 투명화와 정상화가 이뤄져야 모든 경제 주체가 비로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금융위기의 여파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는 요즈음 시장 정상화만이라도 이뤄져야 시장 불확실성이 감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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