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주택정책 바로 서려면../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27 16:56

수정 2009.04.27 16:55

지난해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정년퇴임한 환경경제학의 권위자이며 진보경제학자의 한 분인 이정전 명예교수는 고별강연에서 우리 사회에 부동산시장과 정책에 대한 진보와 보수학자들 사이의 인식과 입장의 차이가 너무나 커서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함을 개탄한 바 있다.

실제 그동안 매스컴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동산 정책에 관한 토론회에서 보더라도 양 진영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제시한 채 평행선을 달리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왜 그렇게 되는지 한 가지 통계자료를 보면 좀 더 확연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주택가격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수집되기 시작한 1985년부터 2007년까지의 22년간 전국의 토지가격은 3.19배, 주택가격은 2.23배로 상승하였다. 이 기간 국내총생산(경상가격)은 10.72배, 소비자 물가지수는 2.64배, 1인당 국민소득은 9.27배로 상승해 토지나 주택가격은 결코 오른 것이 아니다. 소비자 물가지수에 비하면 전국 평균 주택가격은 실질가격으로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즉,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주택이나 토지가격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7년까지 9년간 가격동향을 보면 전국종합주택가격지수는 1.64배로 상승하였으나 전국의 아파트는 2.07배, 서울의 아파트는 2.80배로 상승함으로써 주택유형별, 지역별 상승률의 편차가 큼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어떤 지역의 어떤 유형의 부동산 (부분)시장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시장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처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최근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의 바닥론이나 1가구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분양가 상한제나 원가공개 규제의 철폐,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 등의 문제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논의의 전제와 시각을 분명히 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우선, 부동산 가격의 바닥론을 들여다 보자. 이러한 논의의 전제는 현재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는가 하는 데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상승론자들은 아직 우리나라의 평균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서구나 일본에 비해서 그다지 높지 않으며 특히 서울 강남의 경우 소득이 높아서 이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미국이나 선진국들의 0.8 이상보다 훨씬 낮은 평균 0.4 이하이므로 주택가격이 떨어지더라도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지는 복합불황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논리를 편다.

한편, 반대론자들(주택가격 폭락론자들)은 주택 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선 상황에서 추가적인 상승은 어렵고 오히려 금융위기의 여파로 가격이 대폭락할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사실 주택수요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보급률 수준에서 주택 재고의 절대량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소득의 증가로 인한 주택의 질적 수요가 크게 변화함으로써 시중 주택 재고의 질적 분포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고령화, 단독가구화가 진행되는 현재 주택의 질적 수요에 집중해 공급주택의 질적 분포를 논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1가구 다주택자의 양도세 완화 문제도 그렇다. 시장주의자들은 이것이 그동안 징벌적으로 운영돼 온 양도세의 과세 정상화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규제주의자들은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선진국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3∼5%대라는 것을 감안할 때 획기적인 재정투자 없이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늘릴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면 민간의 투자를 동원해서라도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만 임대기간에 따라서 양도세율에 차등을 두게 되면 장기적인 임대주택 재고를 확보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나 원가공개 규제의 철폐, 재건축 규제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규제로 인해서 공급량이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것과 당장의 분양가 상승이 이루어지는 문제에 관한 장단기 시장효과의 차이가 논쟁의 핵심이다. 결국 주택정책에 대한 시장주의와 규제주의의 양 진영이 논의 전제와 관점의 차이를 인정하고 양 진영이 공감할 수 있는 사실, 즉 장단기 시장효과를 중심으로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만이 오늘의 주택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이다.
다만 그동안 편가르기와 이로 인해서 양 진영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이를 통해서 재미를 본 정치권이 이러한 합작 연구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인 성원을 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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