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과 정책] 주택바우처 사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9 18:05

수정 2009.07.19 18:05

정부는 2010년부터 저소득층 주택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서구형 임대료 보조정책인 주택바우처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주택바우처 사업은 저소득층에 임대주택이 아닌 주거비를 현금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정책대상자의 주거선택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주거보조금 지급이 지역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등의 문제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주거바우처 시범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1970년대 미국에서 수행된 정책실험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1973년 초 재선에 가까스로 성공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그간 추진하던 신규 공공임대주택 건설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노라고 발표했다. 닉슨 모라토리엄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미국 주택정책에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발표가 있기 5년 전인 1968년에 이미 미국 의회는 주택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0년간 2600만가구의 주택을 건설하고 이 중 600만가구는 저소득층에 공급하는 계획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정책 결정자 사이에서는 공공임대주택 건설보다 임대료를 보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1970년부터 임대료 보조정책이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비해 효과적인지를 분석하는 실험적 주거비 보조프로그램(EHAP)이 시작됐는데 1973년 닉슨 대통령의 단호한 결정으로 이 시범사업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주택당국은 이 시범사업에 1억7500만달러를 투자해 1970년부터 1979년까지 10년간 12개 도시에 거주하는 3만가구에 대해 주거급여를 지급하고 임대료 보조정책이 주택가격과 주택공급에 미치는 영향 및 주택행정의 효율성을 엄밀히 분석했다. 시범사업 결과 시범사업이 수행된 지역이 중소도시이기에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은 주거비 보조정책이 공공임대주택정책보다 전반적으로 효율적인 정책수단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1980년에 대통령자문주택위원회는 ‘신규주택공급 정책보다는 주거비 지원정책이 빈곤층의 주거여건 개선에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발표했다.

1980년 이후 미국의 저소득층 주택정책 기조가 임대주택공급정책에서 주거비보조정책인 주거선택 바우처정책으로 크게 변화하게 되었다.

미국의 정책실험 사례는 정부 재정과 국민의 주거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새로운 정책의 채택은 신중하고 엄밀한 분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의 정책실험 사례를 참조해 우리나라에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택바우처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국토해양팀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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