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민노총 산하 일부 노조의 노사정 참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14 17:04

수정 2009.05.14 17:04



13일 민주노총 소속 공공기관 노조가 노사정 대타협에 참여한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민노총은 소속 노조가 노사정 대타협과 같은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소속 노조가 이를 정면으로 어겼기 때문이다.

이번에 경기도와 노사정 대타협을 선언한 노조는 10곳이다. 이중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 지부, 파주병원 지부, 공공서비스노조 중소기업지원센터 지부 등 9곳이 민노총 소속으로 강성 노조다. 금융 위기 이후 경북·제주도·구미시 등 지역 단위에서 노사정 대타협이 이어졌지만 민노총 소속 노조는 참여하지 않았다. 민노총 지도부는 노사정 대타협 참여를 ‘야합’으로 비난하며 불참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강성 노조가 상급단체의 지침을 정면으로 어기고 노사정 타협에 참여했기에 이번 노사정 대타협 선언의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 더욱이 이들은 경제위기 조기 극복과 신노사 문화 확립에 흔쾌히 합의했다. 강경 투쟁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노조도 기여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상급단체가 내릴 징계도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공공개혁을 투쟁으로 대응하겠다는 민노총 지도부의 논리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대목이다. 임성규 위원장의 말대로 현장 노조는 이미 ‘이성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이다.

염증을 느낀 소속 노조의 탈퇴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 등 4개 건설사 노조가 14일 민노총을 집단 탈퇴했다. 이런 가운데 벌어진 이번 일은 민노총의 지배력에 큰 손상을 줄게 틀림없다. 민노총 지도부가 이번 일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분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노총이 사용자측을 견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건전한 상급단체로서 그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시대의 변화, 소속 노조 구성원의 인식변화를 선제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조합원의 정서와 요구를 외면하고 투쟁 만능주의로 변해가고 있는 상급단체에 더 이상 기댈 게 없다”는 4개 건설사 노조의 말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사정 대타협이 경기도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되는 데 일조하는 민노총의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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