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건설사 울리는 채권금융기관/김관웅기자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5.27 17:01

수정 2009.05.27 17:01



“핵심사업을 다 팔고 건설사의 최대 자산인 인력을 무조건 감축하라고 하니 회사 문을 닫으라는 겁니까. 채권 금융기관들이 정말 너무 하네요.”

기업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는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의 말이다. 그는 “채권금융기관들이 건설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금 상환을 3개월 정도 연장해 주는 대신 다른 사업장 팔고 직원을 줄여 대출금 일부를 상환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특히 채권금융기관이 제시한 매도 권유 사업장은 3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노른자위 땅으로 경기 회복기엔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곳이다. 그는 “이 땅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금 상환을 연장해 주지 않겠다고 하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지만 한 발 앞을 내다보면 회사나 채권 금융기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워크아웃 건설사를 포함한 중견 건설사들이 돈되는 자산은 모조리 팔아치우고 절대자산인 인력까지 감축하고 있다. 회사가 경영난에 처해 자산을 팔아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것이야 그럴 수도 있지만 문제는 채권금융기관들의 강압에 못이겨 회사의 장래까지 처분해야 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한 중견 건설사는 최근 2000가구 규모 사업장의 시공권을 매각하라는 압력까지 받고 있다. 이는 채권금융기관들이 발등의 불인 PF대출금을 보다 빨리 회수하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고 있다는 게 해당 건설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워크아웃 약정도 건설사가 파산하면 은행이 대출금을 떼일 수밖에 없으니 억지로 하는 거죠.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는 말은 미사여구일 뿐 입니다. 해당 건설사의 미래는안중에도 없고 ‘어떻게 하면 대출금을 빨리 회수해갈까’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이게 기업 구조조정 입니까.”

/kw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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