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이래서 ‘아파트 공화국’?/김명지기자

김명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22 21:13

수정 2009.06.22 21:13



“우리 아파트에는 분수대도 있고 금붕어도 있어. 진구네 집에는 수영장도 있는데 너희는 없지.”

아파트에 ‘웰빙’과 ‘커뮤니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최근 몇 년새 아파트 단지의 부대시설이 크게 변모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라고 ‘명함’이라도 한 장 내밀라치면 한여름을 시원하게 식혀 주는 분수대는 기본이요, 금붕어가 노니는 실개천과 생태공원 옵션이며 수영장과 물놀이 시설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특히 어린이들 사이에서 아파트의 부대시설은 일종의 ‘훈장’이다. 자기가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에 분수대와 실개천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친구마저 골라 사귄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가 우리집이야”라며 부대시설을 자랑하는 한 건설사의 TV광고에서처럼 주부들 사이에서도 아름답게 꾸며진 단지 내 공원과 세련된 커뮤니티 시설은 자랑거리다. 최근 단지 내 공원을 두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아파트가 시끄럽다.
당초 공원을 동네 주민들에게 개방토록 했지만 주말마다 공원을 찾는 사람들로 단지가 북적이자 아파트 입주자들이 시끄러워 못살겠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실제 아파트의 자랑거리인 물놀이 시설에는 인근 초등학생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최근 이 아파트는 입주자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아파트 커뮤니티시설은 ‘주민공동체 의식 함양’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우리나라를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비판했다.
높은 벽 뒤에서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어 내 것과 네 것을 가른다는 것이다. 출입통제를 통해 아파트 주민이 아니면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실개천과 금붕어가 노니는 생태연못은 거들떠보지도 못하는 우리 사회현실과 꼭 맞아 떨어진다.
‘공동체 의식’이 뒷전으로 밀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m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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