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호가’ 맹신도 무시도 금물/박일한기자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5 16:47

수정 2009.07.15 16:47



최근 한 부동산전문가 모임에 나갔을 때 일이다. 이 모임은 교수, 변호사, 컨설턴트, 은행원 등 다양한 분야의 부동산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부동산관련 이슈를 놓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의 토론 내용이 꽤 흥미로웠다. 같은 전문가지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보는 시각이 너무 달랐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집값 상승세가 심각하다”면서 자신이 최근 상담했던 투자사례를 나열했다. 그런데 참가자 중에는 최근 집값 상승은 그저 집주인이 제시한 ‘호가’가 오른 데 따른 착시에 불과해 각종 개발 호재에 따른 과도한 기대심리를 반영한 호가를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모임에서는 호가를 시장 상황을 반영한 거래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쪽과 집주인이 과도하게 올려놓은 거품가격으로 봐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호가는 공산품으로 말하면 ‘권장 소비자가격’과 다르지 않다. 권장 소비자가격은 생산자가 원가, 수요,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임의로 붙인다. 소비자가 사지 않으면 재고가 쌓이고 결국 가격을 내려 팔 수밖에 없다.

주택시장의 매도 호가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이 최근 거래가와 개발호재 등을 판단해 임의로 정한다. 호가가 높으면 소비자는 외면하고 집 주인은 결국 가격을 낮춰 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정보업체 등에서 매주 주택시세를 발표하면서 시세 등락폭이 큰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시세는 대부분 매도 호가 중심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이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과도한 기대심리나 하락에 대한 공포감 등 심리적인 요인도 시장 가격의 일부를 구성하는 요소여서다.
호가를 맹신해서도 안되지만 호가의 흐름을 무시해서도 안되는 게 주택시장이다.

/jumpcu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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