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집값 안정은 일종의 착시/김관웅기자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16 17:40

수정 2009.12.16 17:40



“입주기간이 다 끝나가는데 살던 집이 안 팔려 이사를 못해요. 집을 석 달 전에 내놨는데 지금까지도 보러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잔금도 못치르고 이러다 수천만원 위약금만 내게 생겼습니다.”(경기 양주시 한 입주 예정자)

정부가 연초부터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 등 일부 지역 집값이 과열 기미를 보이자 집값 상승세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9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서울 수도권까지 확대했다. 이로 인해 서울 수도권 전역에서는 DTI 규제 석달 만에 매매거래가 급감하고 집값도 많게는 수천만원씩 내려앉았다. 정부의 의도대로 집값 안정 목표를 이룬 셈이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근 집값이 하락한 단지의 매물을 살펴보면 개인 사정이나 사업 악화 등의 어려움에 처한 일부 매도자가 돈이 급해 시세보다 아주 낮게 내놓은 매물 한두개씩만 있을 뿐 나머지 매물의 호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급매물 한두 개로 인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매물 한 두 개만 거래되면 금방 예전 가격대를 회복할 수 있다. 최근 집값 안정은 일종의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이번 금융규제는 자금 사정이 빠듯한 서민들의 정상적인 갈아타기 수요를 막는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DTI 규제가 확대된 이후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무려 41%나 감소했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 논리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전셋값은 매매가보다 선행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전셋값이 오르면 자금을 더 보태 매매 수요로 갈아타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 주택시장은 정부가 서민 자금줄을 죄면서 갈아타기 수요는 다시 전세로 눌러앉고 있으며 이는 향후 집값 폭등세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물가상승분 수준 이내에서 집값 상승률을 유지해야 하지만 시장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 집값 안정을 이루려는 생각은 부작용만 더할 뿐이다.

/kw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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