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에 듣는다] 완벽한 정책은 없다/브래드포드 딜롱 美 UC버클리대 교수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2.10 16:51

수정 2014.11.07 11:50

경제가 불황에 빠졌을 때 정부가 고용을 이전 정상 수준으로 그리고 생산을 ‘잠재적’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네 가지다. 이른바 재정정책, 신용정책, 통화정책,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그것이다.

인플레이션은 가장 직설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정부가 통화를 많이 찍어내고 이를 쓰기만 하면 된다. 실물경제에 넘치는 현금은 물가를 끌어올린다.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가치가 매일 줄어드는 현금을 호주머니나 은행 계좌에 보관하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돈을 쓰는 속도를 높이고 점점 가치가 떨어지는 현금을 버리는 대신 자산을 확보하려 해 일정 가치를 갖고 있는 부동산에 돈을 쏟아 붓게 된다. 이 같은 지출은 사람들을 실업 상태에서 구제해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설비 가동률을 정상 수준으로 돌리도록 자극해 생산이 ‘잠재적’ 수준에 이르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인플레이션을 피하려 한다. 이는 매우 위험한 편법이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은 가치 기준을 떨어뜨리고 경제적인 계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만들며 부의 재분배가 무작위적으로 일어나게 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기존 사회 질서를 뒤엎어버리는데 통화를 타락시키는 것보다 더 뛰어나고 확실한 방법은 없다. 이 과정은 파괴적인 모든 숨겨진 경제법칙들이 연관되지만 100만명 가운데 한 명이나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한 과정을 거친다….” 그렇지만 각국 정부는 또 다른 대공황을 순순히 받아들이느니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대공황으로 가기보다는 고용과 생산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어떤 대안도 받아들일 것이다.

초기 불황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통화정책 대응이다. 고용과 생산 둔화가 예상되면 중앙은행은 현금을 동원해 정부채권을 사들임으로써 투자자들이 보유한 안전자산의 보유기간을 줄이게 된다. 금융시장의 소득이 발생하는 안전자산이 줄면서 안전자산의 가격은 오르게 된다. 기업들의 설비확장 투자 유인이 높아진다.

결국 기업들은 지금 당장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는 현금을 투자로 돌림으로써 미래에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을 줄 수 있다. 미래 지향적인 지출을 늘림으로써 사람들을 실업에서 구하고 설비가동률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통화정책의 문제점은 현 위기에 대응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엄청난 현금을 동원해 국채를 너무도 많이 사들여서 가까운 미래의 정부채권 명목 금리가 제로가 됐다는 것이다. 통화정책은 미래 안전자산이 더 이상 가치 있는 것이 되지 못하도록 만들지는 못한다.

또 통화정책만으로는 불황을 막지 못한다는 점 역시 아쉬울 뿐이다.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수단 가운데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고 파괴적인 부작용 위험이 작은 상태에서 운용 가능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정책은 신용정책이다. 기업들이 현재 안전한 현금흐름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미래에서 안전한 흐름을 보장하는 부문에 투자하는 동시에 위험하거나 불확실한 분야에도 투자함으로써 즉각적인 지출확대 효과가 나타나기를 원하지만 이런 계획을 실천에 나서기 위해 지금 당장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위험한 사업들은 현재 크게 평가절하된 상태다. 민간 금융부문의 위험감수 능력이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이다. 아무도 불확실성 높은 자산을 사들이려 하지 않는다. 모든 이가 자신들보다는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공포, 말하자면 사들이는 사람이 바보가 될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신용을 부양하기 위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정책들을 동원했지만 지금까지 이 같은 정책들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마지막 네 번째 정책, 즉 재정정책이다. 정부가 자금을 빌리고 지출함으로써 사람들을 실업에서 구하고 설비가동률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부작용이 있다.

국채 발행이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되면 민간부문이 실물자산을 형성하는 것을 막을 위험이 있고 이는 결국 차기 정부가 추가 부채상환에 필요한 세금 기반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정책만이 남아 있고 그 중 어떤 것도 일자리 창출에 완벽하지 않다면 합리적인 방안은 신용정책과 재정정책 모두를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금 하려고 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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