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방송통신정책 변해야 산다/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19 17:26

수정 2009.04.19 17:26

지난 4월 1일부터 3일간 미국의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미국케이블방송협회(NCTA) 주관의 케이블TV 전시회는 디지털 전환과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방송통신 정책에도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한국과 미국은 케이블 방송시장의 형태가 매우 흡사하다. 미국은 케이블TV를 시청하는 가구가 약 7086만가구로 전체의 63%를 웃돌고 있다. 한국 역시 케이블TV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가입자 수는 1500여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80% 정도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시청 형태가 늘어나는 등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 양국의 케이블TV는 기존의 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인해 전체 방송시장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체감하면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올해의 케이블 전시회에서 나타난 미국 케이블TV 업계의 다각적인 대응책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응용하여 융합형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케이블TV가 모든 걸 가능케 한다(Cable takes Me there)’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케이블TV 업계의 미래 서비스 전략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미 기술적 인프라를 충분하게 보유하고 있고 방송과 통신의 접목 지점에서 융합적 서비스를 가장 먼저 경험한 케이블TV가 새로운 융합환경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전체 케이블TV 가입자 중 60% 이상이 디지털TV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양방향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단순한 실시간 방송보다는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 확대를 통해 ‘타깃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한 몇 년 전부터 통신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전화(VoIP)는 이미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보여주고 있는데 타임워너나 컴캐스트 등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이 AT&T나 버라이즌 증 미국의 대표적인 통신사보다도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케이블TV의 사업영역을 인터넷과 연계하려는 전략이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손수제작물(UCC) 같은 다양한 내용의 동영상을 TV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보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 중심의 양방향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케이블TV로 끌어오지 않고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서 컴캐스트는 현재의 VOD 확장 개념인 ‘온디맨드온라인(On Demand Online)’ 서비스 준비를 발표했으며 타임워너 역시 ‘TV에브리웨어’라는 온라인 서비스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결국 인터넷과 제휴로 상징되는 미국 케이블TV업계의 새로운 시도는 융합환경의 실질적인 진전을 보여주는 것으로, 구호로만 외치던 시청자들의 요구를 실제로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케이블TV가 융합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 케이블TV의 상황은 우리의 방송통신 정책에도 큰 시사점을 갖는다. 무엇보다도 IPTV 같은 폐쇄형 인터넷 망으로는 수용자들의 새로운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개방형 서비스인 인터넷과 기존 방송산업을 조합함으로써 산업 활성화를 꾀하도록 정책이 수정되어야 한다. 또한 방송과 통신의 단순 통합이 아닌 실질적 융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기다.



특히 사업자가 아닌 시청자 입장에서 융합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서비스가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현 정부가 올인하다시피 해서 추진 중인 IPTV의 가입자 수가 여전히 늘지 않고 전망마저 매우 불투명한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이므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케이블업계의 전략은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융합서비스는 소비자와 친근한 호흡에서만 나온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소중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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