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IT산업 재도약을 기대한다/유필계 LG경제연구원 부사장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03 17:00

수정 2009.06.03 17:00

최근 정보기술(IT) 산업인의 마음에 다소 훈풍이 불고 있다.

청와대에 IT산업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가 생긴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정부 조직개편으로 그간 IT산업 성장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정보통신부가 폐지된 데 이어 정부 핵심 위치에 있는 분들로부터 IT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의 정도를 넘어 곡해에 가까운 발언이 이따금 있어 대단히 서운해 있던 차였다. IT보좌관이건 어떤 명칭이건 간에 새로 생기는 자리 그 자체보다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IT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새 정부의 주요 국정 담당자들에게도 전파돼 IT산업이 그 역할에 맞는 평가를 받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가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큰 듯하다.

IT산업은 적어도 지난 10년간은 우리 경제성장의 핵심 역할을 했다. 국내총생산의 15% 내외, 성장기여율은 40%, 수출의 30% 이상이 IT산업에서 나왔다.

해당 분야의 기업인은 물론 대학 교수, 일반 국민까지 해외에 나가면 흔히 외국인들로부터 우리 IT산업에 대한 찬사를 듣고 자부심을 느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IT산업은 우리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각종 통계에서 나타나듯이 최근에는 과거 10년과 같은 성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마치 성숙산업과 같은 정체를 보이고 있다.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적절한 처방을 고민하기 위해선 먼저 IT산업의 특성, 그간의 IT산업 발전 경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

IT산업은 어떤 산업보다도 수직적 연관 산업이 강하게 얽혀 있다.

산업의 가치사슬에 있는 연관 산업 간 상호 의존성이 높다. 전화나 인터넷 같은 서비스 산업과 교환기나 휴대폰 같은 장비·기기산업, 이 같은 장비의 구동과 서비스의 실현을 위한 소프트웨어산업, 기기와 통신서비스를 활용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게임 등과 같은 콘텐츠산업 등 수직적 연관산업 각각이 독자의 산업 영역을 가지면서 마치 하나의 선단을 이루듯 강한 사업적 연계를 맺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이런 상호의존적인 산업의 특성을 백분 활용, 이른 기간 내에 남이 부러워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서비스-기기-소프트웨어-콘텐츠로 이어지는 산업의 가치사슬의 선단에서 모험의 의미를 갖는 선도적 역할은 서비스산업이 한다. IT산업 발전에 있어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그 출발점이다. 1가구 1전화의 요구는 국산 전화교환기의 개발과 시장을 열었고 휴대폰서비스는 휴대폰 시장을, 행정전산망사업은 소프트웨어산업의 기반을 제공했다. 이런 발전 경로에 대한 사례는 열거하기도 벅차다.



그렇다면 IT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명료하다.

그것이 통신서비스건 IT서비스건 방송·통신 융합 또는 IT와 타 산업 간의 융합서비스건 서비스산업의 발전 없이는 기기와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IT산업 가치사슬의 제일 앞단에 있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IT산업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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