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로봇 R&D정책 이대로 좋은가/고경철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24 18:37

수정 2009.08.24 18:37

“2013년 국민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로봇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

이것이 지난 5년간 약 5000여억원의 정부예산이 투입된 로봇 연구개발(R&D) 정책의 비전이요 목표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그 성과를 분석해 보면 연구 성과는 실용성이 없는 초기의 상태로 연구소 안에만 머무르는 반면 로봇산업은 신시장 창출이라는 기대에 못미치고 매우 침체된 양상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약 5000여억원의 정부 R&D 자금이 로봇 분야에 투입됐고 이 중 70%가 정부출연연구소에 집중된 바 있다. 연구소의 실적을 분석해 보면 기술이전 등 산업화 실적은 매우 미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2008 R&D 통합워크숍 보고서’에 의하면 연구소간 유사연구 등 과제 중복이 심각하고 쓸 만한 연구결과 없이 과제가 종료돼도 모두가 성공 판정을 받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를 들여다보면 제품적 완성도는 제자리를 맴돌고 서비스로봇 등 신제품은 플랫폼만 있고 콘텐츠가 없다는 소비자의 혹평 속에 시장에서 외면을 받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핵심개발인력이 오히려 산업계에서 연구소로 이동해 로봇산업 경쟁력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근본적 해결 방안으로 이젠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변화와 개혁을 위해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본다. 먼저 연구소간에 원천기술 전문화와 특성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제조용, 극한응용, 의료용 등 용도별 특성화를 할 수 있고 플랫폼, 부품, 핸들링, 인공지능, 이동, 위치인식 등 기술별 특성화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R&D 예산의 효율화와 기술별 집중화를 통해 R&D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사연구 및 기술중복 경쟁을 통한 기술발전 주장은 이미 지난 5년의 실패를 통해 논리력을 잃었다.

두번째로 이제는 기술개발 중심에서 사업개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매니저(BM)제 도입을 통한 분야별 사업책임제를 제안한다. 예를 들면 제조로봇BM, 교육로봇BM, 국방로봇BM, 가정로봇BM, 의료로봇BM 등이 가능하다. 그리고 사업모델별 차별화된 평가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를테면 교육·제조 BM은 시장확대형으로 평가하고 국방·의료 BM은 신시장 창출형으로, 가정로봇BM은 기술주도형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세번째, 평가시스템을 보다 견고히 해 결과 없는 과제들을 과감히 퇴출해야 한다. 신시장을 창출하는 신성장동력사업인 만큼 논문이나 특허, 시제품 개발과 같은 평가지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철저하게 사업화 이전 실적과 생산유발 효과로만 평가해야 한다. 평가 주체 또한 수요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연구소 과제 평가는 철저하게 이를 이전받을 사업체가 하도록 하고 사업체 과제평가는 신제품의 수요자인 소비자가 하도록 경쟁적 생태계를 구성한다.

평가는 매년 실시해 20∼30%의 성과미흡 과제는 중도 퇴출시키는 무한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연구소 안에 머무르는 연구실적의 사업화 이전 촉진을 위해 연구원 산업체 파견근무제를 포함하는 진정한 협업과제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평가원, 산업팀, 재단 등으로 흩어진 기획, 선정, 협약, 평가, 사업화단계 등을 원스톱으로 상시 감독하는 관리체계의 일원화를 이뤄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국가적 로봇 R&D정책은 과거 정책의 문제점들을 바로 잡고 2013년 로봇강국의 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전개돼야 한다. 로봇 기업인, 사업 책임자, 정책 책임자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불편한 진실일 수 있지만 로봇강국 꿈의 실현과 국민의 혈세를 집행하는 사명감과 책임을 고려해 본 기고문의 취지를 이해해 주기 바란다.

2013년 이후 2단계 5년이 끝나는 시점에 로봇산업이 보다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현재의 상황으로 머문다면 앞으로 로봇에 대한 국가적 연구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할 것이다. 이는 후세 로봇인들의 앞길을 막고 더 나아가 국민들을 현혹시킨 큰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로봇산업의 활성화를 넘어 로봇이 진정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향후 5년은 민간기업 중심, 수요자 중심의 사업 전개가 실행되도록 혁신적인 정책전환이 이뤄져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