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아침] 모바일 시장 플랫폼 경쟁 시대/이구순 정보미디어부 차장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8.29 18:16

수정 2014.11.06 04:11



세계 모바일 시장이 소프트웨어를 화두로 들썩이고 있다.

휴대폰 하나 만들어보지 않던 애플이 ‘아이폰’으로 날마다 세계 주요언론의 머리기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터넷 강자 ‘구글’도 11월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내놓겠다고 선언하고 연일 뉴스를 쏟아낸다. 부동의 세계 1위 노키아도 심비안 코드를 공개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만들고 있다.

‘아이폰’이 관심을 끄는 것은 ‘앱스토어’ 때문이다. ‘앱스토어’는 아이폰에서 쓸 수 있는 게임, 바탕화면 꾸미기, 벨소리 내려받기 같은 응용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를 살 수 있는 쇼핑몰이다.
애플은 아이폰용 소프트웨어 코드를 공개해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도록 해놨기 때문에 앱스토어에는 수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이미 올라가 있다. 애플은 “이 쇼핑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해 자기만의 개성있는 휴대폰을 꾸며 본 사람이라면 앞으로 앱스토어가 없는 다른 휴대폰을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는 좀 더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다. 전문용어로는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본 틀거리 같은 개념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코드를 공개해 누구라도 휴대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수만명의 세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를 이용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자극받은 노키아는 내년부터는 이미 세계에 널리 쓰이고 있는 자사 플랫폼 ‘심비안’의 코드를 공개해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을 보다 쉽게 만들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바일 시장의 이슈는 한마디로 ‘개발자 프랜들리’한 플랫폼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기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많을수록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 더 잘 팔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휴대폰 시장 2위 삼성전자와 4위 LG전자가 있고, 세계 최고의 모바일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만 세계 모바일 시장의 이슈에선 변방으로 비껴나 있다. 우리나라에도 플랫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2002년부터 적극 지원해 개발한 ‘위피’가 그것으로, 플랫폼 대안이 될 수 있다. 위피는 한국에서 팔리는 휴대폰에는 모두 채용하도록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미 45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고 수많은 한국형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해 놓은 ‘위피’를 기술적으로 보완해 국가대표 플랫폼으로 내세운다면 세계의 이목을 끌 수 있지 않을까?

정부와 업계 일각에서 ‘위피’를 한국 대표 플랫폼으로 키워보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국산 휴대폰을 수입하는데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의무탑재 조항을 없애자는 논란에 휘말려 있는 ‘위피’를 마냥 걸림돌로만 보지 않고 활용할 생각을 해 보자는 것이다. 문제는 ‘위피’가 중소업체들의 공동표준이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과 자금계획이 있는 주도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직접 표준을 주도할 수 없는 WTO 환경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같은 대기업 뿐이다. 세계 모바일 시장의 주류에 한걸음 빨리 편승하고자 하는 대기업이라면 도전해볼만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위피’ 솔루션을 만들며 수년간 기술을 쌓은 중소기업들도 살리고, 정부가 공들여 조성해 놓은 한국형 플랫폼도 지키면서 대기업들이 세계시장의 주류에 편승할 수도 있다. 꿩먹고 알먹고다.
대기업들이 이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cafe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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