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애플’ 상륙의 형평성/ 권해주 기자

권해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23 19:30

수정 2014.11.05 11:11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휴대폰 이용자들의 편익을 높이고 모바일인터넷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시장에 상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애플은 그동안 국내시장 진입을 추진해 왔으나 ‘친구 찾기’와 같은 위치 기반 서비스 기능이 문제가 돼 왔다. 이 서비스를 하려면 국내법상 위치정보사업자로 허가를 받아야 하고 관련 서버도 국내에 설치해야 했기 때문. 그런데 이번에 방통위가 애플이 허가를 받지 않아도 제휴 이동통신사인 KT의 이용약관에 위치 기반 서비스들을 명시하면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며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을 재해석해 통보해 준 것이다. 아이폰의 개인 위치정보 활용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국내 이통사들이 책임을 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일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애플은 개개인의 정보를 식별하지 않고도 위치 기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애플이 국내 가입자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방통위는 애플의 위치 기반 서비스 때문에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사고가 터질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애플은 그동안 국내 현실과 동떨어진 독자적인 요금 및 모바일인터넷 서비스 체계 등을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등 국내 이통업체들에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사실 위치정보사업자 허가 논란도 당연히 따라야 할 국내법 체계에 애플이 거부감을 보이면서 불거졌다.
이런데도 방통위는 애플이 국내 이통사와 계약을 맺거나 제품·서비스 출시와 관련한 신고를 하기도 전에 미리 국내법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는지 친절히 통보해준 꼴이 됐다. 비슷한 위치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업체들에는 철저히 허가를 받도록 하면서 말이다.
‘방통위 잣대는 고무줄’이란 비난에 방통위는 할 말이 없게 됐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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