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아침] 악성 댓글은 ‘사회의 毒’이다/윤정남 생활경제부 차장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23 18:00

수정 2009.10.23 18:00



날개 없는 악성 댓글이지만 속도는 화살보다 빠르다. 특히 악성 댓글은 자극적인 내용을 지렛대로 삼는다. 자극적일수록 네티즌의 관심이 몰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긴 글이건 짧은 글이건 악성 댓글은 읽는 사람에게 깊은 상흔(傷痕)을 남기고 어떤 형태로든 읽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만일 그것이 아무 근거 없는 공격성이나 음해성 성격의 댓글일 경우 진실 여부와는 관계 없이 빠른 시간 안에 불특정 다수에게 악 영향을 미치는 등 정보 왜곡으로 이어진다. 악성 댓글의 속성이다.


연예인 Y와 J씨는 인터넷을 통한 자극적인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악성 댓글 문제는 이미 우리 사회를 달구는 뜨거운 감자로 사이버 범죄의 일반적인 유형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급기야 이런 악성 댓글이 기업간 ‘네거티브 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됐다가 수사당국에 적발되기에 이르렀다. 기업간 ‘네거티브 전략’ 공방은 이미 수십 년에 걸쳐 지속돼 왔던 게 현실이다. 흔히 시장 1·2위 기업 간 어느 정도의 네거티브전은 존재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혀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악성 댓글은 시장경쟁체제를 위협하고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경찰은 인터넷 육아 사이트에 매일유업을 음해하는 댓글을 달아 경쟁사를 음해한 혐의로 남양유업 임직원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분유에서 대장균이라니 매일분유 궁에서 사카자키 대장균 검출!, 매일분유 문제가 많은 거였네요’ 등 근거 없는 사실을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 등 사이버 게시판에 게재한 혐의로 남양유업 직원들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경쟁사를 음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경찰은 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문제를 거론하고 직원간 e메일 흐름 등을 면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중간 수사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악플러로 적발된 남양유업 직원들은 무려 6명에 달하고 남양유업 본사 임직원 컴퓨터에서 이와 관련된 e메일이 발견됐다.

여기서 악성 댓글의 익명성과 악플러의 눈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악플러는 PC방 등에서 숨어 악성 댓글을 작성하고 눈치 빠르기로는 프로급이다. 때문에 악성 댓글의 출처를 밝히는 것은 늘 버겁다. 여기에 그 의도를 밝히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 직원들은 한결 같이 “개인적으로 신문기사를 퍼 와 게시하고 댓글을 달았다” “사카자키균에 대한 위험성을 알려야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올린 글”이라고 진술하며 ‘사적(私的)인 댓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남양유업측도 판촉원 일부가 가세해 발생한 것으로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사적(私的)인 댓글’이지만 ‘사적(社的)인 댓글’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적(私的)이든 사적(社的)이든 그 자체가 악성 댓글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이미 악성 댓글은 우리 사회에 ‘독’이 된다는 사실을 연예인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당시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들을 ‘우리 사회의 독’ 혹은 ‘시장의 훼방꾼’이라고 하면 억울하다고 할까.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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