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만 보면 선수들이 바둑알로 보인다. 당장 프리미어리그로 달려가 감독 대신 전술 지시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력서에 축구감독 경력도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최근 모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중독성이 심해 영국에서는 정식 이혼사유로 인정됐다는 일명 ‘폐인 메이커’라 불리는 가상 PC게임에 빠진 이들의 후유증 이야기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주로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문제로만 인식되던 인터넷 게임 중독문제가 성인인 대학생들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대학생의 게임 중독 현상은 성인인 대학생 스스로 해결해야 할 ‘개인의 문제’로만 여기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09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인터넷 중독자 수는 2008년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20∼30대 후반 성인 인터넷 중독자는 5%로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취업난과 고용불안, 여름방학까지 맞물리면서 대학생들의 게임중독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생들의 경우 불안한 미래와 치열한 경쟁에 대한 현실도피책으로 게임중독에 매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쟁의 부담이 심한 상위권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취업을 앞둔 성균관대 재학생 이모씨(26)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거나 취업정보에 할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게임에 몰두하게 된다. 2∼3일간 집안에만 있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는 게임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취업 스트레스를 게임으로만 푸는 것 같아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우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즐기는 게임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면서 더 큰 스트레스를 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고려대 이모씨(22)는 “재미삼아 시작한 게임에 몰두해 수업에 빠지고 과제를 하지 못하다보니 낮은 학점을 받게 됐고 이에 대한 스트레스와 현실도피로 더 게임에 몰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양대 박모씨(24)도 “학업이나 취업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찾다가 게임을 시작했는데 빠져나오지 못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게임이 아닌 스마트폰 게임 중독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에 가장 많이 나와있는 애플리케이션이 게임과 관련된 앱인데다 간편하게 휴대하는 스마트폰의 경우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모 대학에 재학중인 이모씨(27)는 “쉬는 시간에 틈틈이 즐기려던 게임인데 수업시간, 공부시간에도 하게 돼 학업에 방해가 됐다. 게임을 하느라 배터리가 금방 소모되는 것을 보고 모든 게임을 지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호자의 제어와 조치가 가능한 청소년 게임중독과 달리 혼자 생활하거나 스스로 통제해야 하는 대학생 게임중독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지역의 인터넷중독상담센터 한 관계자는 “게임중독은 홀로 치유하기 힘든 문제다.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hung@fnnews.com강청완 대학생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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