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통위는 800만명 남짓한 01X 사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010 통합 정책을 조정해 앞으로 01X 번호로도 3G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01X 번호를 지키려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3G는 010으로만 쓸 수 있도록 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의 전신인 옛 정보통신부는 지난 2004년부터 3G는 010으로만 가입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왔다. 당시 SK텔레콤이 ‘011’식별번호를 자사 브랜드로 광고를 하자, 국가의 자산인 통신 식별번호를 특정 기업의 브랜드로 쓰지 못하게 하겠다며 이동통신 회사들의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하겠다는 게 정책 의도였다. 또 모든 이동전화 가입자가 3G에 가입해 이동전화 식별번호가 010으로 통일되면 이동전화 가입자끼리는 굳이 010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고 8자리 전화번호만으로 통화할 수 있다는 소비자 편리성도 정책목표 중 하나였다.
이 정책 때문에 올 7월 말 현재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83%에 달하는 4135만여명이 010 식별번호를 쓰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KT가 2011년 하반기 2세대(2G) 이동전화망 철수를 추진하면서 01X 가입자들이 번호를 유지하겠다며 3G 전환을 거부하는 바람에 01X 번호로도 3G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소비자의 01X 번호를 유지할 권리가 있다며 010 번호 통합에 대한 반대 논리를 확산하자 방통위의 정책의지가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소비자를 위해 010 번호통합 정책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개인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혼선은 기존에 정부 정책을 믿고 순순히 자신의 이동전화 번호를 바꾼 4135만 소비자에게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부 010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방통위가 01X 번호로 3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기존 01X 번호를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귀띔했다.
옛 정통부 고위 임원 출신의 한 전문가는 “방통위가 지금까지 유지하던 010 번호정책을 굳이 바꿀 이유가 없는데 갑자기 일부 통신업체들의 이해다툼에 말려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부의 정책은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소비자의 편익도 고려해야 하지만 묵묵히 따르는 전체 국민의 조용한 목소리도 들으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afe9@fnnews.com이구순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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