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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솟아도 중대형 집값 ‘뚝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10.12 18:30

수정 2010.10.12 18:30

“강남 대치동에서는 전셋값이 수천만원씩 올라도 수요가 넘쳐나는데 집값은 1억원 내려도 찾는 사람이 없습니다. 정부 정책에 커다란 구멍이 났는데 고칠 생각을 전혀 안해 답답합니다.”(서울 강남 대치동 T공인 관계자)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주택시장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주택거래를 조금이나마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8·29 대책은 ‘휴지조각’으로 변했고 서민들이 즐겨 찾는 전세 값만 치솟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셋값이 초강세를 보이자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소형아파트 수요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향후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값 하락세 속수무책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주택시장은 급매물도 소진되고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값은 속수무책으로 하락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청담동 삼익 178㎡가 이달 들어 5000만원 하락한 17억5000만∼22억5000만원, 대치동 개포우성1차 102㎡가 2500만원 하락한 12억∼13억5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시티파크2단지 152㎡는 이달 들어 7500만원 하락한 13억∼15억5000만원, 시티파크1단지 228㎡가 5000만원 내린 21억5000만∼26억5000만원 선이다.

강서구는 급한 매도자들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놓은 매매가가 시세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저렴하게 매물이 나와도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화곡동 화곡푸르지오 161㎡A가 1500만원 하락한 6억2000만∼7억5000만원. 가양동 강나루현대2차 105㎡A가 1000만원 하락한 3억8000만∼5억4000만원 선이다.

닥터아파트 김주철 팀장은 “인천 쪽이 일부 살아나는 분위기가 있는데 다른 서울, 수도권 지역은 관망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면서 “서울 강남구의 경우 일부 재건축 지역에서 회복세가 보이지만 전반적인 상승 신호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 강세가 소형 아파트 수요 자극

하지만 일부 지역은 최근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소형 아파트 수요가 꿈틀거리고 있다.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크게 오른 데다 물건마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전세 수요가 소형아파트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큰 곳은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의 급매물이 팔리고 일부 아파트는 호가도 상승하는 추세다.

실제 서울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는 매매가가 2000만∼3000만원 정도 올랐다. 한달 전 3억1500만원에 거래된 109㎡는 최근 싼 매물도 3억3000만∼3억4000만원으로 올랐고, 93㎡는 2억6500만원에서 2억8000만∼2억9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이 아파트 93㎡의 경우 두달 전 1억1000만원 하던 전셋값이 현재 1억4000만∼1억5000만원으로 3000만원 이상 급등했다.

서울의 다른 지역 소형아파트도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관악 현대아파트 79㎡는 최근 1층짜리가 2억3000만원, 106㎡는 3억6500만원에 팔렸다. 성동구 옥수동 극동그린 82㎡는 지난달 말 3억7000만원이던 것이 현재 3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확산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수도권 주택거래가 여전히 부진한 데다 전셋값 비중이 낮은 곳은 매수 문의가 없기 때문에 집값 상승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올해 전세 시장의 가을 성수기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별한 재료가 없는 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ainman@fnnews.com김경수기자

■사진설명=주택시장이 '8·29주택거래 활성화 대책'과 가을 이사철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거래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김범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