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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포퓰리즘 우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5.12 22:11

수정 2014.11.06 19:03

"도대체 통신요금을 얼마나 내려야 정부와 국민이 만족할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달 말 정부와 통신업계의 통신요금 조정 계획 발표를 앞두고 통신업계가 요금조정 폭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부와 국민의 통신요금 인하 기대 수준은 부쩍 높아졌지만 지난해 이동전화 초당과금제 도입·가입비 인하 등 요금인하를 시행한 데다 올해 4세대(4G) 이동통신망 구축을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워놓은 터라 통신요금 인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로 구성된 정부의 통신요금 조정 태스크포스(TF)가 다음주 중 TF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이어 이달 말 방통위와 통신업계가 통신요금 조정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요금조정 발표를 보름 남짓 남겨두고도 통신업계가 요금조정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정부와 소비자의 눈치만 살피는 이유는 이번 통신요금 조정이 경제와 시장논리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통신업계의 요금인하 노력과 4G 투자 등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업그레이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현실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다른 분야의 물가인상과 휘발유값 인하 부진에 따른 국민 고충을 덜기 위해서는 통신요금을 일정 수준 인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통신요금 조정에 대한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통신산업의 자체적인 요금인하 수요보다는 전체적인 물가안정을 위해 통신요금이 동원되고 있는 셈인데, 통신업계가 요금인하를 수용할 만큼 사정이 여유롭지 못한 게 문제다.

이미 지난해 대규모 요금인하를 시행한 통신업계는 올 1·4분기에 가입자당 매출(ARPU)이 줄어든 실적을 내놨다. 또 올해는 KT 3조2000억원, SK텔레콤 2조3000억원, LG U+1조7000억원 등 통신 3사가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까지 세워놨다. 통신업계가 4G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늦추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 강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잖아도 이미 4G 시장에서는 우리나라가 투자 후발국가에 속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투자는 조정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과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통신요금 인하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요금을 내린 뒤 돌아서서 내년에 또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요금조정 폭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통신업계는 "서비스 산업인 통신업계의 영업이익률을 일반 제조업체와 비교해 이익이 많으니 요금을 내리라는 정치권과 소비자들의 일방적인 요구를 해마다 수용하면서 국내 ICT 산업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재원을 잃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세계적으로 한국 ICT 산업의 경쟁력이 서서히 저하되는 원인 중 하나가 정치권과 정부의 요금인하 압력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afe9@fnnews.com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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