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09년식 중고차 볼보 C30을 구매한 배권대씨(36)는 타이밍 벨트를 갈기 위해 볼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차 정비 기술을 배웠던 배씨는 공임비를 아끼기 위해 타이밍 벨트 구입 문의를 했다. 그러나 볼보 서비스센터 상담원은 회사 정책상 소비자들에게 부품만을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배씨는 한국소비자원에 이 같은 민원에 대해 상담을 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받지 못한 채 "유권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 받았다.
배씨는 "해외에서는 부품을 사서 직접 정비를 하거나 공임비가 비교적 저렴한 곳에 차를 맡길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무조건 서비스센터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일부 수입차 운전자들은 해외 쇼핑몰을 통해 직접 부품을 구매해 정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품만은 안 팔아"
자동차부품 판매는 해외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국내 수입차업체는 정식 서비스센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정비를 하지 못하도록 부품만을 별도로 팔지는 않고 있다. 당연히 공임비를 절약하려는 '알뜰 운전자'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보증기간이 끝난 중고 수입차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이 같은 고객불만은 앞으로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순정부품을 국내서 살 수 있는 방법은 해외 구매 사이트를 통하거나 순정부품을 별도로 수입하는 업체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즉,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에서 부품을 직접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볼보코리아 등 수입차 브랜드는 부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벤츠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에어컨 필터, 클리너 같은 소모성 몇 가지 종류 외에는 벤츠코리아에서 받은 제품을 외부로 유출할 수 없다"며 "순정부품 구매가 필요하면 직접 해외 구매 사이트를 통하거나 부품 전문 수입업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벤츠 C200의 경우 소모성 부품을 별도로 판매하는데 에어컨 필터와 와이퍼 두 개 합쳐 부품 가격만 19만원 정도이며 벤츠 서비스센터에 맡기면 공임비 2만2000원이 별도로 붙는다.
폭스바겐 역시 에어컨 필터, 클리너 등의 부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부품은 회사 정책상 구입할 수 없다.
폭스바겐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에어컨 필터를 제외한 GAS쇼바 등 나머지 부품은 구매할 수 없다"며 "이는 폭스바겐코리아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볼보코리아 등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볼보 C30의 경우도 에어컨필터와 와이퍼를 바꾸면 공임비까지 11만원에서 14만5000원 정도이다.
■해외선 'OK', 국내선 'NO'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임비를 아끼려는 '알뜰 운전자'는 주로 이베이 등 해외 사이트를 통해 순정부품을 직접 구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알뜰 운전자'가 증가하면서 수입차 부품 구매 대행을 해주는 업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운전자들은 "이베이 등 해외사이트를 통한 부품구매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최근 전문 구매대행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며 "해외에서 일반화된 부품 판매가 국내에선 불가능한 것은 수입차 브랜드와 딜러사가 정한 일방적인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에 진출한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는 딜러사와 계약을 하면서 부품 판매는 못하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는 딜러들이 수입차 브랜드와 부품 판매까지 계약 조건에 넣지만 우리나라는 딜러들이 정비마진 축소를 우려, 오히려 부품 판매를 못하도록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등 소비자 권리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수입차들이 부품을 판매치 않으면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pride@fnnews.com이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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