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의 1조엔 짜리 미소
파이낸셜뉴스
2000.10.03 05:09
수정 : 2014.11.07 12:40기사원문
시드니올림픽에서 2일 오후 돌아온 일본선수들 가운데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일본여자 마라톤 사상 처음 금메달을 딴 다카하시 나오코(高橋尙子·28) 선수다.
다카하시의 금메달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본국적으로 출전한 손기정 이후 남녀 통틀어 처음 이룬 쾌거다.여기에다 전코스를 완주하고 골인할 때까지 보여준 다카하시 특유의 ‘웃는 얼굴’은 지난 10년여간 경기침체에 찌든 일본인들의 마음을 환하게 해준 ‘100만불짜리 미소’로 평가받고 있다.지난달 24일 다카하시가 골인할 때의 순간 최고시청률은 59.5%의 ‘경이적인 수치’였다.
광고모델의 호감도를 조사하는 일본의 CM종합연구소는 “골인 후 다카하시의 미소는 경기침체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일본의 어두운 이미지를 한번에 날려 보내고,일본의 밝은 미래를 다시 느끼게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광고업계 전체에 1조엔 이상의 ‘다카하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 대형 광고회사의 임원도 “다카하시의 이미지라면 어떤 상품도 OK다.JOC(일본올림픽위원회)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될 경우 일본 대기업들이 몰려들어 최소한 5개사 이상과 계약이 성립될 것이며,계약료도 스포츠계 최고수준인 1편당 5000만엔에 육박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광고 계약금만으로도 1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일이 드물지 않다.이에 비해 일본의 아마추어 스포츠계에서는 선수가 마음대로 광고에 출연할 수 없으며,모두 JOC를 통하지 않으면 안된다.광고를 의뢰하고 싶은 기업은 먼저 JOC에 1억엔의 협찬금을 내고 공식 스폰서가 돼야 하며,선수를 촬영할 경우 광고 한편당 350만엔의 초상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가운데 300만엔이 선수가 소속한 경기단체에 돌아가기 때문에 실제 선수가 손에 쥐는 금액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그러나 다카하시의 경우 앞으로 수십년간 일본인들의 기억속에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광고,TV출연,자서전만으로도 가볍게 1억엔 이상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iychang@fnnews.com 【도쿄=장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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