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돌아가신 자기 아버지 이르는 말

파이낸셜뉴스       2003.08.13 09:56   수정 : 2014.11.07 14:53기사원문



현대아산 이사회 정몽헌 회장이 비명에 이승을 등진 충격이 뭇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무렵의 일이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고인의 일대기와 업적을 기리는 특집과 함께 남북경제협력문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칼럼을 빠짐없이 내보냈었다.

그 즈음 어느 일간종합신문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 부자(父子)를 지칭하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

“…기업가 집안에 태어나 단기간에 그룹총수에 올라 최상위의 기업군을 지휘하던 55년의 세월이…. 대학시절 그의 전공이 국문학이었던 것으로 미루어보면 문학소년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그는 뜻을 접고 가업을 이어받아야 했다. 선친이 한국의 대표적 창업 기업인이었기 때문이다. …기업인에게 죽음의 키스는 정치권과의 접촉에 있다. …대권의 꿈은 선친을 유혹했다. 이것이 첫번째 사단(事端)이었다. 선친은 소년기에 떠난 고향산천을 그리워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 두번째 사단이었다. 그는 선친의 유지를 따랐다.…”

위의 글에서 ‘그’는 정몽헌 회장이고, ‘선친’은 정주영 명예회장을 가리키는데 ‘선친’이라는 말은 쓰임새가 잘못된 것이다. 필자는 ‘작고한 부친’이라는 의미로 ‘선친’을 쓴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의 ‘선친’은 그런 뜻의 말이 아니다.

‘선친(先親)’이란 남에게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다. 선고(先考), 선군(先君), 선부(先父), 선엄(先嚴), 선인(先人)… 등도 모두 선친과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오늘은 선친의 제사가 있어서 일찍 들어가야 합니다”처럼 활용된다.

그러니까 “정몽헌 회장의 선친인 정주영 명예회장을…”이라고 하면 ‘선친’이란 말을 잘못 쓴 것이라는 뜻이다. 이럴 때 ‘선친’은 아버지의 높임말인 ‘부친’ 같은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남에게 돌아가신 자기 어머니를 이르는 말은 선자(先慈), 선비(先�p), 전비(前�p)… 같은 것이 있다.

돌아가신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말은 선대인(先大人)이다. 선고장(先考丈), 선장(先丈)도 같은 말이다. 돌아가신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은 선대부인(先大夫人)이다. 여기에서 보기를 든 것처럼 한자말을 제대로 쓰면서 예(禮)를 갖추는 것은 한문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또 선대인이나 선대부인 같은 말을 애써 익혀 바르게 쓰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도 드믈 뿐더러 요즘 언어생활에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도포차림에다 갓까지 쓰고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나선 격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어려운 말을 잘못 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겠다. 쉬운말로 정확하게 뜻을 펴는 것이 바람직한 말글생활 태도다.

/ leciel98@fnnews.com 김영철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