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 청계동 광역도로의 경우
파이낸셜뉴스
2004.01.12 10:37
수정 : 2014.11.07 22:18기사원문
자신이 사는 마을로 사통팔달 광역도로가 지나간다면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외곽순환도로와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 등 고속도로 두곳이 지나는 경기도 의왕시 청계동 주민들은 이 사실이 부담스럽다. 더이상의 추가 도로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2개 광역도로가 마을 위를 지나면서 30미터가 넘는 교각 수십개가 곳곳에 세워져 흉물처럼 보이는데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분진 및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십개 교각 때문에 음지가 많이 생겨 농사가 주업인 이곳 주민들은 작물 생산량도 줄었고 시는 도시개발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인데 정부가 최근 이곳에 추가 도로 4개와 호남고속철 등 5개 광역도로교통망을 민간제안사업 또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과 시는 이제 생존권 차원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민 박철웅씨는 “정부가 추진중인 도로 중 4개가 또 마을 위를 통과하는 것으로 돼있다”며 “대한민국 어느 곳에도 이런 동네는 없다”고 말했다. 의왕환경운동연합 민석기 사무국장은 “의왕시민들에게는 해당 도로를 통한 편익은 거의 없고 공해,환경 훼손,도시발전 저해 등 피해만 있다”며 “의왕시가 힘있는 시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왕시는 시면적도 53.95㎢로 작은데다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89.5%,임야가 전체 면적의 60%를 초과하는 소도시다. 마을 위로 도로가 지나가면서 지역생활권도 나뉘어졌다.
때문에 의왕시민들은 추가 도로 건설을 계속 반대해 왔다. 예를 들면 두산건설이 처음 민자사업으로 제2 과천∼의왕간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제안했을 때부터 주민들은 줄곧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 민자사업은 결국 정부에 의해 승인됐고 곧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의왕 살리기 시민모임’ 관계자는 “광역도로망 추가 건설로 그린벨트 해제지에 첨단 산업단지 및 친환경 테마파크를 조성하려던 시의 계획이 지장을 빚고 지역민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고 말했다. 그는 “의왕∼과천 고속화도로는 확장 예산을 이미 반영해놓아 제2도로가 필요없고 학의∼분당 고속화도로는 성남에서 제2경인고속도로와 이으면 된다”고 말했다. 학의동 주민 김여수씨는 “의왕시와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시민 서명 운동과 도청 및 건교부,두산건설 항의방문 항의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며 “이것은 님비가 아니라 생존권 투쟁”이라고 말했다.
/ jerry@fnnews.com 김종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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