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SW인재 10만명 키워 기술한국 만들자”
파이낸셜뉴스
2004.06.23 11:23
수정 : 2014.11.07 17:39기사원문
삼보컴퓨터는 1980년 7월 서울 청계천4가 세운상가의 한 허름한 사무실에서 7명의 젊은이가 의기투합해 자본금 1000만원 규모 국내 벤처기업 1호로 출범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2004년 6월, 이 회사는 전세계에 현지법인을 갖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고 자본금 규모만 1만1626배 뛰었다.
한국을 PC강국으로 만든 그는 차세대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이홍순 회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삼보컴퓨터를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 명예회장을 23일 서울 역삼동 집무실에서 만나 각종 사업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국휴렛팩커드(HP), 델컴퓨터 등 외산업체들의 국내시장 공격이 만만치 않은데 국내 PC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이제는 글로벌 경쟁시대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한국시장을 그냥 놔두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HP나 델 등 글로벌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글로벌 마켓에서 살아남는 길은 경쟁력 뿐이다. PC산업은 한국이 외산업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미국 PC업계가 70% 이상의 마켓쉐어를 갖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전국적인 대리점망을 통한 한국 특유의 사후서비스(AS) 체계와 발빠른 PC개발 능력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브랜드 경쟁력시대다. 글로벌 마켓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국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SW) 등 핵심원천기술을 미국, 일본 등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핵심기술 육성 방안이 있다면.
▲국내 수출산업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것은 지식산업이다. 이중 SW가 가장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핵심기술 육성을 위해선 먼저 해외 유수의 IT업체들과 공동으로 SW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전세계 일류기업의 연구개발(R&D) 유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이 한국에 와서 첨단 SW시스템을 개발하고, 한국은 고급 SW엔지니어들을 이곳에 보내야 한다. 여기엔 인건비 지원 등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외산 SW기업들은 국내에서 인력을 보강하고, 한국 엔지니어들은 자연스럽게 기술이전을 받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연구개발(R&D)센터를 순차적으로 육성하면 세계적인 SW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하드웨어(HW)에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임베디드 SW’산업도 장기적으로 키워야 한다. 비행기도 HW보다 그 안에 탑재되는 SW값이 훨씬 비싸다. SW는 단순한 지식산업이 아니다. PC를 비롯 다양한 부분에 적용돼 HW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필수적인 요소다.
―삼보컴퓨터가 중국 선양에 진출한 계기와 그동안의 성과가 있다면.
▲삼보컴퓨터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대표적인 수출기업이다. 중국 선양시 수출의 30% 이상을 삼보가 전담하고 있다.
삼보가 중국 선양에 진출한 것은 싼 임금 때문만이 아니다. 선양시가 외산기업에 쏟아부은 각종 정책적 지원에 매력을 느껴 그곳으로 같다. 또 선양은 글로벌마켓 수출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삼보는 선양 생산기지를 해외수출의 전진기지로 만들고 있다. 선양은 13억 인구의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조만간 삼보는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라는 영예를 얻게 될 것이다. 현재 심양은 물론 베이징, 상하이 등으로 시장을 넓혀 나가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업체들이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면.
▲먼저 근로자 경쟁력이다. 중국 인건비는 한국의 7분의1 수준이지만 기술력은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무원 경쟁력이다. 중국 공무원은 해외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그후 공무원들은 그들이 유치한 외국기업을 수시로 방문해 각종 정책적 지원을 해준다. 애프터서비스가 확실하다.
삼보가 중국에 첫발을 내딛을 당시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결정자의 경쟁력이다. 중국은 현재 고위 행정관료들이 IT실무에 상당히 밝다. 이들이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기 때문이다. 또 공장을 경영해본 경력도 있다.
이공계 출신 관료들은 그동안 기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흐름을 읽고 있다. 이 점은 우리나라 정부가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다.
―이공계 살리기에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 IT분야에서의 이공계 육성방안은.
▲SW산업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5년 이상 진행한 사람들은 나를 고급 엔지니어라고 부른다. 이들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매우 희귀한 자산이다. 한국뿐만 아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도 마찬가지다.
‘SW인력 10만 양성론’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10만 양성론은 고급 엔지니어를 10만명 이상 양성하자는 것이다. 10만명이라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다.
앞으로 이공계 인재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5년안에 10만명 엔지니어를 육성하면 이들이 다시 개인당 10명 정도의 인력을 자체 육성할 수 있다. 그러면 10면후에는 100만명 이상의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산학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들이 졸업생을 바로 채용하지 않고 대학 1학년때부터 잠정 채용해 4년간 이들을 관찰한 후 채용하는 ‘코포레이트 스튜던트(co-operate student)’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학생시절부터 명확한 목적을 두고 기업에서 키워 나가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전국경제인연합회 교육부, 지역균형발전위원회 등에서 수용해 올해부터 제도로 받아들여졌다. 아직 기업 호응도는 적다. 하지만 앞으로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이공계 출신 인력양성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국내 SW시장에서 리눅스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리눅스는 유닉스나 MS의 윈도 운영체제(OS)에 비해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가격이 저렴하고 운영하기 쉽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리눅스를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각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이 리눅스를 채용했다가 위기상황 발생시 책임이 전가되기 때문에 안쓰려는 속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 리눅스를 활용해 성공사례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도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중인데 구체적인 계획은.
▲인도 제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하지만 SW산업은 세계 1등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수한 나라다. 인구도 10억명을 보유하고 있어 13억 중국인구에 견줄 만한 대형 시장이다.
경제성장률도 매년 8∼10%씩 급속도로 커나가고 있다. 특히 IT사업의 인도시장은 매우 중요한 글로벌 마켓중 하나다. 지난해말 전경련 차원에서 경제협력을 위해 인도와 교류한 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 다음으로 해외진출에 중요한 시장인 만큼 본격적인 진출방안을 검토중이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삼보는 연간 350만대 이상의 PC를 생산하고 있다. 이중 80%를 개발자주도형생산방식(ODM)으로 수출한다. 현재 PC업계는 데스크톱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됐지만 노트북 성장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앞으로 탄탄한 데스크톱PC 수출 기반을 토대로 해외 노트북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일본 유통업체와 제휴를 맺고 삼보 브랜드인 ‘드림시스’ 노트북을 시판하고 있다.
또 미국에 수출하는 노트북 ‘에버라텍’도 이달부터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노트북 총판체제를 재정비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 2조7600억원, 영업이익 48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대담=김병호 부국장·IT전문기자
/정리=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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