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터지면 팝콘이 ‘펑∼’
파이낸셜뉴스
2005.07.27 13:31
수정 : 2014.11.07 15:59기사원문
퀴즈 하나. 우리나라에서 팝콘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언제일까.
오는 8월4일 개봉하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에 따르면 팝콘은 한국전쟁 당시 강원도 오지마을 동막골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전쟁의 포화에서 살짝 빚겨난 강원도 오지마을로 흘러든 한 군인이 실수로 던진 수류탄이 옥수수로 가득한 곳간으로 떼굴떼굴 굴러들어가는 바람에 팝콘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고 영화는 증언한다.
지난 2002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된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웰컴 투 동막골’은 이런 영화다. 엇박자 코미디에 재주를 보이고 있는 원작자 장진은 동막골이라는 가상의 공간 안에 웃음과 감동의 부비트랩을 설치했고, 이번 영화로 정식 데뷔하는 신예감독 박광현은 여기에 영화적 상상력과 스펙터클을 덧입혀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를 완성해냈다.
흔히 ‘민족상잔의 비극’이라고 표현되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끝끝내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게 하는 ‘웰컴 투 동막골’은 언뜻 두 편의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하나는 세계2차대전 당시 이탈리아 군인들이 그리스 오지에 고립돼 전쟁을 잊고 마을사람들과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지중해’(1991년)이고, 다른 하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시종 웃음을 잃지 않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1997년)다. 전쟁이 한창인 1950년 10월 강원도 오지마을 동막골에 남·북 병사와 미군이 우연히 흘러들어 동고동락한다는 설정은 ‘지중해’의 나른함을 닮았고, 이념과 이념이 충돌하는 전쟁터에서도 쿡쿡 웃음이 터지게 하는 영화 속 에피소드는 ‘인생은 아름다워’의 역설을 연상시킨다.
물론 이번 영화에 흠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지나치게 느린 템포가 될 것 같다. 영화의 주소비층이 10∼20대 관객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웰컴 투 동막골’의 느릿한 상황 전개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거대제작비를 투입한 마지막 10분의 화려한 스펙터클에도 불구하고 쉽게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도 아쉽다. 그러나 이런 자잘한 약점들은 ‘웰컴 투 동막골’이 보여주는 기적같은 아름다움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오랫동안 CF를 만들어왔던 박광현 감독은 ‘연출의 변’을 통해 “이번 영화가 세상살이에 지친 모든이들에게 햇살같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자연이 주는 감동과 선한 인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생생한 기운으로 나 역시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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