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연구 어디까지 왔나…뇌 MRI사진 한장으로 IQ측정
파이낸셜뉴스
2006.07.09 15:15
수정 : 2014.11.06 03:15기사원문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에서는 지금 불꽃튀는 천재들의 두뇌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38회 국제화학올림피아드가 바로 이곳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방학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국제과학올림피아드가 펼쳐진다.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각국에서 아주 까다로운 선출과정을 거치고 뽑힌 내로라하는 과학영재들이다.
지난해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은 출전한 4명의 학생이 모두 금메달을 타며 종합1위에 올랐다. 최근 5년간 한국 학생들이 국제올림피아드에서 거둔 성적은 화려하다. 생물, 화학에선 종합1위 2번, 물리, 정보에선 2003년도에 종합1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과목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전 세계 5위 안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천재라 불릴 만한 저명한 과학자는 거의 없다. 고등학교까진 천재소리를 듣던 영재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평범한 학생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과학영재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학고의 한 교사는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올림피아드 대비 학원을 다닌다”며 “교육의 대부분은 대학교에서나 배울 ‘일반화학’, ‘일반물리’ 등의 선행학습”이라고 밝혔다. 과학영재를 발굴한다는 과학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원에서 운영하는 과학고반에서 고등학교 교과목을 선행학습한 학생들이 ‘영재’라는 이름을 달고 과학고에 입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과학고 졸업생은 “수학·과학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시험점수가 잘 나오다 보니 들어가게 됐다”며 “결국 과학고에서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은 후 인문계로 진학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누구보다 집중적으로 영재교육을 받고 성공한 케이스로 인정받은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들도 지난해 수상자까지 총 242명 중 50명이 의학계로, 5명이 인문계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김성일 교수는 우리나라가 영재들에게 강한 내재적 동기를 주는 기반환경이 전무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교수는 “과연 올림피아드가 영재를 키우는 데 긍정적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영재가 천재적인 연구자로 이어지기 위해선 상을 받고자 하는 외재적 동기보다는 과학이 즐거워서 안 하고 못 배기는 그런 내재적 동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천재들의 뇌가 궁금하다
최근 선행학습식 영재교육을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과 함께 영재에 관한 두뇌연구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세계영재교육학회 서울사무소 성균관대 교육학과 진석언 교수는 “영재교육의 적절한 시기를 찾기 위해 두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뇌가 어떤 시기에 어떤 부분이 발달하는지 밝혀지면 영재교육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성일 교수도 “수학영재들과 물리영재들의 뇌가 어떻게 다르고 어떤 방식으로 발달시키는지 알아내는 뇌과학적 측면의 영재연구가 많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영재들의 뇌와 일반인들의 뇌가 성장과정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의미있는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에 따르면 영재들의 뇌는 7세에서 19세까지의 성장과정에서 일반인들보다 변화가 더 활발하다. 영재들의 경우 대뇌피질의 두께가 7세 땐 일반인들보다 더 얇지만 11∼12세까진 훨씬 빠른 속도로 두꺼워지다가 19세까지는 다시 얇아지는 과정을 거친다. 영재들이 신경세포를 발달시키고 분화시키는 방식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대 생명공학부 이건호 교수가 부산과학영재고 및 외고 학생들의 뇌를 자기공명촬영(MRI)으로 촬영해 연구하고 있다. 이교수는 최근 1년간 이 연구를 통해 영재들의 지능이 뇌 특정부위의 회백질 두께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덕분에 영재를 선발하는 과정이 보다 객관적으로 바뀌고 어떤 지능이 특별히 발달했는지도 알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교수는 “그동안의 지능검사테스트는 다분히 심리적, 환경적 요인에 좌우되는 비과학적 측면이 많았다”며 “이제 뇌를 촬영한 MRI 사진 한 장이 지능지수(IQ) 테스트를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 eunwoo@fnnews.com 이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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