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KT&G주식 처분 1500억 ‘먹튀’
파이낸셜뉴스
2006.12.05 17:37
수정 : 2014.11.04 15:30기사원문
KT&G의 경영개선을 요구했던 ‘칼아이칸’이 불과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주식을 매도해 수천억원을 챙겼다. 외국 자본의 ‘먹튀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다.
외국계 자본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경영권 참여는 결국 수익 극대화를 위한 ‘교언영색(巧言令色)’임이 드러나면서 외국계 자본에 대한 불신 심화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칼아이칸은 지난해 9월28일부터 올해 1월9일까지 KT&G 주식 776만주를 사들이는데 3351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매각으로 870여억원의 차익을 챙겼고 현주가 수준 및 지난해 배당금 등을 포함하면 칼 아이칸의 KT&G 10개월 투자 이익은 15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칼 아이칸이 지분을 사들일 당시 원·달러 환율이 980∼1050원에서 현재 920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환 차익도 적지않을 전망이다.
칼아이칸뿐만아니라 최근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론스타의 경우도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배당금을 포함해 불과 3년 만에 적어도 3조∼4조원의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전형적인 ‘먹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SK주식 14.99%를 확보하고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고 2년 만에 떠났던 소버린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펀드가 조세회피 지역에 세워지면서 단기 시세 차익을 올린 뒤 세금은 한 푼 내지 않는 ‘먹튀’ 행각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외국계 자본이 그럴듯한 주주중시 경영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상장사를 협박, 상장사들은 기업의 경영활동 개선보다 경영권 방어에만 촉각을 곤두세워 오히려 기업경영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아이칸의 공격을 받은 KT&G는 지난 8월9일 자사주 소각 등 최대 2조8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이 포함된 중장기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회사 관계자는 “칼 아이칸의 경영권 위협을 받으면서 경영권 방어에 힘을 소진해 새로운 경영계획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주주의 경영 간섭을 받은 기업들 중 47%가 설비투자 대신 고배당을 실시하라는 요구를 받고 고심했다는 응답이다.
그러나 이처럼 외국계 자본이 국내 시장을 유린해도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아이칸의 경우는 론스타와는 달리 장내 매매로 수익을 올렸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면서 “아이칸 등 외국계 펀드가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뒤 수익만 챙겨나가는 것을 현재로서는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은 “아이칸은 외국계 펀드의 고전적인 뷰티슬립(잠자는 미인<주식>을 깨워 관심을 끌게 한 뒤 차익실현) 투자로 수익을 올렸다”면서 “칼 아이칸이 그동안 KT&G와의 진행 과정에서 허위 공시를 내거나 문제점이 있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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