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재무학회 좌담회
파이낸셜뉴스
2007.01.01 17:01
수정 : 2014.11.13 18:41기사원문
2007년 우리 경제의 화두는 '위험 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계발 금융위기 경고와 함께 80년대 일본식 복합불황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사회적 불안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송계신 국제부장과 한·미재무학회 회장단 간 좌담회를 열어 환율, 금리, 부동산 거품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변수들을 짚어보고 대응 방안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송문현 교수=달러 약세는 미국 금리정책과 연관돼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년간 금리를 올린 뒤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했다. 유럽 금리는 현재 3.25%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차가 좁아진 것이 달러 약세 배경이다.
▲최승묵 교수=자본시장의 이자율 차이가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유럽과 일본의 실물경제가 좋아진 것이 엔화와 유로화가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주된 이유다. 환율은 국가간 경제 불균형을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달러의 수준이 과연 불균형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지 여부가 달러 약세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송 교수=미 정부는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태도다. 따라서 월가에서는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교수=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열렸던 미·중 경제협력회의에서도 미국은 갑작스런 환율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위안화가 급격하게 절상되면 중국산 제품의 수입물가가 급등하게 되고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미 정부가 달러 급락보다는 지속적인 약세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송 부장=미국이 달러 약세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메울 수는 있겠지만 달러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 투자자금이 미국에서 빠져나가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달러 추락을 막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경기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미 정부가 환율 및 금리 정책에서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오일 머니를 가진 나라들이 미국의 경상적자에도 불구하고 미 채권을 사고 있는데 미국 자산 매입을 유도하려면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 오일머니를 가진 나라들이 달러를 사주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긴다.
▲송 교수=미국의 부동산은 실수요 중심이기 때문에 주택시장 버블이 심각하지 않은 반면에 인플레이션은 FRB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리 인상이 벤 버냉키 FRB 의장에게 큰 모험이 되지 않을 것이다. 월가에서는 내년 상반기에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정삼영 교수=FRB가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있는데 굳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정치적인 면에서 경기부양 욕구가 있기 때문에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
▲송 부장=미국이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 확실해진다면 투자자들은 달러 자산을 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가 예상보다 급락할 수 있다. 특히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면 엔캐리 자금 상환으로 국제 유동성이 감소하고 국가간 자금이동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교수=중국의 외환보유고가 1조달러를 웃돈다. 달러가 급락하면 중국이 타격을 입을 것은 당연한 일이고 유로화나 엔화로 다변화하기 위해 달러를 내다 팔 것이다. 이 경우 시장에 큰 문제 생긴다. 하지만 미국의 주가가 오르고 있어 달러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자금의 대이동이 단기간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송 부장=보통 미국이 금리를 내리거나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원자재시장으로는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 교수=지난해 원자재시장은 신흥시장 덕분에 큰 호황이었다. 원자재시장을 전망하려면 신흥개발국가의 동향을 먼저 살펴야 한다. 중국, 인도의 경제상황을 볼 때 산업용 원자재값은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 특히 환율 변동이 원자재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정 교수=올림픽이 있는 2008년까지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많을 것이고 인도에서도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를 것이다. 단기 변동성은 크겠지만 장기적으로 원자재시장은 항상 실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폭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어 원자재시장은 꾸준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석유는 좀 다르다. 재고분도 많고 정치적인 성격도 있어서 내년에 석유의 변동성은 크겠지만 배럴당 50∼6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송 교수=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단순히 실수요 때문만은 아니다. 헤지펀드 등 투기적 수요도 만만치 않다. 국제 유동성이 풍부해 올해도 원자재시장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송 부장=내년에도 국제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지난해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주식과 원자재,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그 부작용으로 세계 각국이 부동산 거품이 일시에 꺼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은행과 담보대출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부동산 대출 급증에 따른 가계발 금융위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년에 위험관리가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가 될 것이다.
▲최 교수=결국 부동산 문제, 은행의 금융부실은 부동산시장이 실수자에 의해서 주도 되었는 지가 기준이 된다. 실수요자가 부동산을 산 것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잡겠다고 개입하는 것은 부동산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송 교수=부동산에 대한 평가가 아주 다른데 미국은 신용대출 위주이고 한국은 자로 담보대출이어서 문제가 된다.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은행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가계발 금융위기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송 부장=지금까지 금융기관들은 개인의 소득에 관계없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했다. 그러나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에 나선 뒤 소득 범위내 대출 등 대출억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자금조달 어려움으로 갑자기 주택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집값이 급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도 있다.
▲정 교수=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있어 문제가 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가계발 금융위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최 교수=정부가 개입하면 시장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는 정책 입안자들의 생각이 위기를 키울 수 있다. 은행이 시장 상황에 맞춰 대출여부를 결정하게 하면 되는데 정부까지 개입하게 되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 이런 시장의 실패가 위기를 불러오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대출에서 정부가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송 교수=문제가 되고 있는 담보위주의 대출관행을 없애려면 담보가치에서 벗어나 개인 소득 및 신용 등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출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개인 신용에 대한 데이터가 잘 축적되면 담보 위주의 대출이 사라질 것이다. 개인에 대한 종합적인 신용평가는 정부가 아닌 개인 회사에서 이뤄져야 한다.
▲최 교수=그렇다. 개인 신용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관리되면 음성거래도 사라지고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송 부장=국내 부동산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것은 대부분의 대출이 3∼5년 정도의 단기대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지론 등 장기대출은 1가구당 한 번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급매물과 함께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최 교수=미국은 장기대출이 많은 반면에 국내는 장기대출을 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다. 한국의 파생상품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은행들이 위험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송 부장=국내 은행들이 금리 및 자산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적극적으로 헤지하지 않고 대출자에게 떠넘기는 관행에 젖어 단기대출을 선호하는 것은 큰 문제다. 금리 관련 파생상품을 통해 위험을 분산할 수도 있겠지만 파생상품을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하는 제도적 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정 교수=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의 파생상품시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국 파생상품은 위험을 줄이는 수단보다는 고수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의 비중이 너무 높다. 또 상품도 다양하지 않다. 양적으로만 컸다는 뜻이다. 파생상품시장이 발전하려면 기관투자가들이 많이 투자해야 한다. 상품의 다양화와 함께 전문가 확충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해외에서도 국내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외시장에 관련 상품을 상장해야 한다.
▲최 교수=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이야기인데 개인들이 이익을 많이 얻을 수 있으면 파생상품시장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기관투자가들도 늘어날 것이다.
▲송 부장=코스피선물의 경우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매가 활발하다는 점에선 바람직하지만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시장으로 도약하려면 코스피선물 등 관련 파생상품의 해외시장 상장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 동감한다. 하지만 분식회계나 스톡옵션 비리 등 국내 증시의 회계 투명성 제고가 선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 교수=분식회계나 스톡옵션 비리 문제는 미국에서 매우 엄격하게 다루기 때문에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면 한국증시의 회계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2002년까지는 미국에서도 스톡옵션 비리 등 분식회계가 매우 심각했지만 샤베인-옥슬리법이 생긴 뒤 많이 개선됐다. 즉 미국은 공시제도를 강화해 ‘백데이팅’에 대해 규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
▲최 교수=백데이팅과 관련해 스톡옵션 행사가격을 어느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무위험자산인 국고채 이자율 변동을 감안해 행사가격을 결정하는 이른바 ‘금리연동부 스톡옵션’을 도입하면 제도의 실효성도 높이고 분식회계 비리도 차단할 수 있다고 본다.
/정리=nanverni@fnnews.com 오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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