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지화백 호당 1000만원 작품값 깎는 사람 없었다
파이낸셜뉴스
2007.01.16 15:36
수정 : 2014.11.13 18:03기사원문
※인터뷰/복기성 미술관 가는길 대표
‘제주도의 혼’ 원로작가 변시지화백(80)의 호당 1000만원이라는 작품값이 인터넷에서 한창 논쟁이다. 변화백의 작품은 그동안 경매시장이나 일부 중개인(나까마)을 중심으로 거래되었다지만, 변화백 작품의 뛰어난 수작은 구하기 힘들다는 게 컬렉터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더욱이 제주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화백은 서울의 미술동네사람들과 접촉이 거의 없어 미술시장에서 변화백의 작품 값은 뚜렷하게 공개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서울의 신생 갤러리에서 변시지화백의 작품이 대거 소개된 전시회가 열렸다.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미술관가는길’이라는 갤러리였다. 갤러리는 개관 초대전으로 변화백의 작품 40여점을 전시했다. 이때부터 변화백의 작품은 미술시장에 활발하게 거래됐고 작품값 또한 수면위로 올라왔다.
―변화백의 작품값이 호당 1000만원에 대해 말들이 많다.
▲저도 처음엔 호당 1000만원주고 누가 살까 했어요. 고객들이 얼마냐고 물을 땐 스스로도 지레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주저주저 망설였어요. 하지만 어떤 고객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훌륭하신 분 그림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너무 송구하다”며 선뜻 작품을 사는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감동한 나머지 그분에게 200만원 깎아드렸습니다. 6호를 5800만원에 팔았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작품값을 깎는 사람은 없었어요. 호당 1000만원이 비싸다고 하지만 작품값은 고객이 판단할 일 아닐까요?
―변화백과 전시는 어떻게 이뤄졌나.
▲미술관가는길을 오픈하기 전에 아주 작게 화랑을 운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변화백님 작품을 찾는 사람이 많았어요. 한두 명이 아니었죠. 저는 변화백이 그렇게 유명한 분인지 몰랐어요. 지난해 봄 쯤 갤러리오픈을 앞두고 변화백을 찾아뵙고 전시를 하자고 부탁했는데 싫다고 완곡하게 거절하더군요. 신생화랑이라는 이유였던 것 같아요.
작가들은 같은 값이면 명성있는 화랑에서 해야 명예도 얻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변화백님의 승낙을 얻어냈지만, 호당 값이 너무 비싸서 500만원을 제안했어도 변화백 측은‘호당 1000만원이하는 안된다’고 하더군요. 저는 솔직히 작품 판매보다는 유명작가 전시를 하니 갤러리 홍보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전시는 그야말로 대박이었어요.
당시 주로 소품을 전시했는데 2∼3점을 사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어떤 고객은 변화백 작품은 10억을 주고도 안팔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변화백 마니아층이 있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갤러리 운영을 해보니 어떤가. 다른 화랑주들하고 교류는.
▲작품값도 따지고 보면 시장논리에서 작전주처럼 띄우기인 측면도 있을 것 같아요. 부동산투기처럼 터트리는 것 같다는 느낌도 많이 들어요. 박생광작품의 경우 3년전부터 가격을 띄우고…지금은 작품을 안내놓잖아요. 또 작가들도 보면 대형화랑, 유명화랑에서 전시를 해야지 알아준다고 하는 생각들이 강해요. 주변인 인사동에서 화랑대표들하고의 교류는 없는 편입니다.
솔직히 저 역시 아는 사람에게 위작을 진작으로 잘못 구매한 적도 있어 적잖은 충격을 받은 적도 있었지요. 한편으론 신의에 대한 큰 배신감에 화랑도 때려치고 싶었고 목을 맬까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어요.
저는 화랑주들은 예술을 사고파는 사람이기에 정이 있을줄 알았어요. 그런데 청계천에서 배추장사 하는 사람들보다 더 삭막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또 있었나요? 묻자) 한 번은 어떤 화랑주인을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포장된 그림을 들고 가는 거예요.
제가 물었죠. 무슨 그림을 사셨어요?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급히 지나치길래 더욱 궁금해져 뒤따라갔는데 그 앞에서 문을 잠그더군요. 처음엔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그런 일을 겪고서야 제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고, 짧은 순간이지만 무척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지요. 갤러리 운영이나 기획, 판매에 이르기까지 저 혼자 하고있어요.
―앞으로 전시계획은.
▲원로작가 전시를 추진하고 있어요. 어휴 그런데 원로 작가분들이 내세우는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요. 예를 들어 수익 배분을 8(작가):2(화랑)로 하자는 분도 많고요. 그런데 그분들의 작업을 보면 이해가 되는 면도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 서로의 입장을 감안해 조율을 해야겠지요.
몇 분의 원로작가들의 작업실을 가봤는데 너무나 고독하고 치열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더군요. 또 후세에 남을만한 작품을 많이 가지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윤중식 권옥연 등 원로작가들 대부분 호당 1000만원 정도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물론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봐야 옳겠지요. 그분들 작업을 직접 보게 되면, 우스갯소리로 그림 하나만 달라거나 그림값 좀 깎자는 이야기는 못할 겁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소장자들이 문제인 것 같아요. 싸게 사서 비싸게 팔려는 욕심이 많아요. 이런 경우의 컬렉터들에겐 적잖게 실망하곤 합니다. 결과적으로 화랑은 정거장이고 소장자들이 돈 번다는 얘기도 있어요. 어찌됐든 저는 앞으로 좋은 작가의 진면목을 널리 알리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hyun@fnnews.com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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