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번호 유지비’ 고객에 부담
파이낸셜뉴스
2007.03.08 19:29
수정 : 2014.11.13 15:08기사원문
KT는 오는 26일부터 이사를 해도 쓰던 전화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는 '시내전화 번호유지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상용화하고 수수료 4000원을 별도로 받을 예정이어서 고객 불만이 예상된다.
KT는 이미 지난달부터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시내전화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료 시범서비스를 시작해 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시내전화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KT가 번호유지 대가로 별도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타사 가입자와의 형평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KT가 서울·수도권에서 지난달 10일부터 개시한 무료 시범서비스 기간에만 1만2000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를 토대로 가정해 보면 KT는 '번호유지 서비스'로 1년에 적어도 수십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리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KT의 번호유지 서비스가 기존에 쓰던 번호 그대로 사업자를 옮기는 '시내전화 번호이동'과 같은 가상번호를 이용한 착신전환 방식(RCF)이어서 기존 장비를 그대로 이용하므로 별도의 시설 투자비가 많이 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KT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를 위해 실제로 전산개발, 교환기 업데이트 등 26억원의 투자비가 들었다"며 "번호유지를 위한 착신전환을 하기 위해선 전화국 장비의 일정 용량을 점유하는 등 원가가 들어가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별도의 신청료를 받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최초 1회만 설치비를 4000원 받는데 이 정도 금액으로 KT가 1년에 수십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며 "만일 KT가 이 비용을 안 받으면 오히려 다른 후발사업자들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선 KT가 매년 감소하는 시내전화 매출을 방어하는 부가수익사업으로 '번호유지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일한 KT 고객이 이사를 해 같은 번호를 쓰는데 신청료를 따로 이용자들한테 부담시키는 것은 타사 고객들과의 형평성에는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타사업자들이 예전부터 번호유지서비스를 무료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KT가 뒤늦게 시작하면서도 신규 서비스인 양 알리고 고객들한테 요금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skjung@fnnews.com 정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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