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우후죽순 영어강좌 개설에 ‘허둥지둥’

파이낸셜뉴스       2007.06.30 08:35   수정 : 2014.11.05 11:41기사원문

#한양대학교에 재학중인 박정민(22)씨는 일부 전공과목을 영어로 듣는다. 대부분의 학생이 영어강의를 피하는 것과는 달리 박씨는 유학, 취업 등 자신만의 경쟁력을 쌓기 위해 대비책으로 강의를 듣는다.

#졸업반인 같은 학교 국모(24)씨는 4년내내 영어강의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았다. 영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영어수업으로 이뤄진다는 강의는 학생들의 이해부족으로 ‘말뿐인 영어강좌’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대학들이 경쟁력 강화, 글로벌화를 내세워 개설한 영어강좌 과목이 우후죽순 늘어나며 캠퍼스에서 전에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선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강의부터 마감됐던 예전과는 달리 한국어 진행 강의가 재빨리 마감된다. 또 비밀리에 원어민 강사로부터 영어강의법 지도를 받는 교수들도 늘어나고 있고, 교수 공채시 영어능력 검증은 필수가 됐다.

또 영어강의는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인 만큼 상대평가제가 아닌 절대평가제로 점수를 주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출석만 잘하면 좋은 학점을 쉽게 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김모씨는 “영어강의가 한국어 수업보다 수업 내용도 훨씬 쉽고,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점수도 잘 받을 수 있다”며 “영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실력도 많이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영어강의가 적응하기 쉽지 않고 학업 부담이 늘기는 하지만 취업과 자기 경쟁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또 학생들은 유학을 다녀오지 않더라도 충분히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교수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3학년 신효철(25)씨는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영어강좌를 기대하고 들었지만 80%이상은 한국어로 수업을 했다”고 밝혔다.

또 전공지식이 자칫 영어실력으로만 평가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고, 듣고 싶은 강의가 있어도 영어강의라는 부담감 때문에 수업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견해차이가 심하다.
일찌감치 유학을 경험한 젊은 교수들은 대학발전을 위해서라도 적극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는 일부 중견교수들은 반대입장이다.

서울 모 대학의 한 교수는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영어강좌 수업준비에 연구시간이 많이 뺏긴다는 말을 한다”며 “교수들 사이에서도 철저히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전공과목은 전문적 용어가 많아 사실상 영어수업이 불가능하다”며 “사학과, 국문과처럼 특성상 영어로 정리된 개념이 없는 학과도 있어 단과대별로 차이를 둬 실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설 명예기자(한양대)/lemontree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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