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1.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파이낸셜뉴스       2007.07.18 22:41   수정 : 2014.11.05 09:45기사원문



1987년 10월 UN총회 연설에서 몰디브 대통령은 “3만1000여 명이 살고 있는 우리 나라가 해수면 상승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2001년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지역의 투발루 공화국은 국토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되면서 도서국가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몰디브와 투발루의 사정은 가난한 섬나라의 특별한 예가 아니라 환경오염으로 인한 전지구적인 위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화석연료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다. 현대 산업문명은 화석연료를 핵심 동력삼아 발전해왔다. 그렇다면 산업문명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실천적 토대는 무엇일까? 이렇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온난화의 근원을 추적하다보면 데카르트, 뉴튼, 갈릴레오 등의 천재들이 이룩한 기계론적 세계관을 만나게 된다. 뉴턴에 의하면 모든 자연 현상은 수학적 법칙으로 환원되고, 이 법칙에 의하여 우주 체계를 설명할 수 있다. 우주는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정해진 길을 가도록 결정되어 있으며, 신은 우연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근대 이후 인간의 의식과 삶을 지배하는 핵심 동력이 된 기계론적 세계관은 자연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심어주었고, 물질문명의 놀라운 발전을 통해 현대인들의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과학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물질 만능주의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 식량부족, 급속한 자원의 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재앙을 함께 가져다 주었다.

제레미 리프킨은 『엔트로피』에서 이 기계론적 세계관을 문제 삼고 있다. 리프킨은 현대를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감소하고,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는 증가하는 ‘고엔트로피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만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잘 알려졌다시피 엔트로피 법칙은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감소하고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엔트로피에 관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에너지를 한 형태로부터 다른 형태로 변환시키는 것뿐이다. 엔트로피 법칙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사용 불가능한 에너지를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석유(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한번 연소시켜 동력을 얻고 나면 매연(사용 불가능한 에너지)밖에 남지 않는다. 매연이 새로운 에너지로 환원될 가능성은 없다.

지구에서의 물질적 엔트로피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으며, 끝내는 최대에 이르게 된다. 우주와의 관계에 있어서 지구는 닫힌계(係)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금과 같이 에너지와 물질을 사용하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에너지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열 종말’과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물질 혼돈’의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리프킨은 경고한다.


그렇다면 인류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류가 취해야 할 세계관은 무엇인가? 이런 물음에 대해 리프킨은 지금까지의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유기체적 세계관, 생태학적 세계관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저엔트로피 사회’로의 이행을 역설하고 있는데 저엔트로피 사회는 인간을 자연 생태계의 작동으로부터 분리시켜 생각하던 현대의 인간관에서 벗어나, 모든 현상의 상호 관련성을 합일적(合一的)으로 이해하는 사회로서 자연은 조작할 도구가 아니라 생명의 원천으로서, 그 생명은 자연의 총체적 작용 내에서 보존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은 자연을 도구화하고 ‘정복의 대상’으로 삼은 기계론적 세계관이 아니라 인간은 지상을 거쳐가는 길손으로서 다른 모든 생명체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유기체적·생태학적 세계관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우(광주종로학원 논술연구소장·엘림에듀 대표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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