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소피아

파이낸셜뉴스       2007.11.15 14:56   수정 : 2014.11.04 19:48기사원문



조화롭게 잘 보존된 도시의 자연모습과 다양한 건축물이 우리의 발길을 잡아 끈다. 스탈리니안 스타일의 궁전 옆에는 정교회 성당이,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스크 옆에는 가톨릭 성당이 나란히 서 있다. 현대식 건물은 부담스러울 듯하지만 오히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소피아는 그렇게 다가온다.

소피아는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점으로 발칸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지점이었던 불가리아의 수도다. 809∼1018년 불가리아 제1왕국, 1194∼1386년 비잔틴, 14세기 말부터는 투르크의 지배하에 놓여 있었고 그만큼 고통도 컸다. 1877년 러시아-투르크 전쟁으로 러시아에 점령되었고 이듬해 불가리아인에게 넘어가 1879년 수도가 되었다.

이 후엔 각 분야에 걸쳐 시설 정비, 철도부설 등으로 빠른 발전을 이루었다. 이스탄불 베오그라드 등과 철도·도로로 연결되는 국제적인 교통로의 중심지로서 기계 섬유 식품 전기기구산업 등이 활발하다. 또 많은 금융기관이 있어 상업 중심지를 이루며, 소피아 분지에서 생산되는 귀리 호밀 과실 채소 등 농산물의 집산·소비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불가리아는 문화 중심지로서 1888년에 창립된 소피아대학을 비롯하여 각종 학교와 도서관이 있다.

소피아는 한마디로 ‘녹색의 도시’다. 유럽 제2의 강인 도나우강으로 흘러드는 이스쿠르강의 두 지류가 시내를 흐르고 있으며 배후에는 산을 등지고 있어 경치가 아름답고 푸른 숲이 우거진 공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장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5월에 열리는 장미축제는 보는 이들의 눈을 황홀경에 빠트린다. ‘장미향수’에는 이때의 느낌을 보관해 놓는다.

소피아에서 가장 대표적인 명소를 꼽으라면 역시 알렉산드르 넵스키 사원이다. 19세기 후반 세워진 사원은 불가리아인들이 터키에서 독립할 때 큰 도움을 준 제정 러시아의 전사자 20만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교회 사원이다. 비잔틴 양식으로 발칸반도 최대의 이 사원은 태양빛에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색 돔이 특징이다.

4세기에 세워진 세인트 조지 교회와 소피아 교회도 빼놓을 수 없다. 조지 교회는 레닌 광장 맞은편 발칸 호텔 안뜰에 있는 로마 시대의 유적으로 이교도의 사원이나 목욕장으로 추정되는 건축물이다. 로마 시대에는 교회로 사용되다가 16세기에는 터키인들이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하였으며 ‘장미의 교회’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도시의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유명한 소피아 교회는 빨간벽돌로 지어진 것이 특징으로 건축 당시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소피아에서는 모스크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1576년 터키 최고의 건축가인 시난이 지은 바냐 바시 모스크는 터키 지배하에 있었던 소피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레닌 광장에서 게오르기 디미트로프 거리를 따라가다보면 오른쪽에 뾰족한 첨탑이 보이는 건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행자들에게는 개방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각종 박물관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국립박물관, 고대 박물관, 미술 박물관 역시 가볼만 한 곳이다.

한편 소피아 곳곳에는 동양의 매력이 숨어 있다. 거리와 시장, 주점과 작은 상점들에서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보행자전용 거리인 피로스카 거리에는 카페와 작은 의류매장, 가전제품 매장들이 위치해 있다. 과일과 채소 등을 파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우리네 시장 어귀에서 볼 수 있는 정경과 흡사하다.

알렉산드르 넵스키 사원 앞의 벼룩시장도 볼거리다.
이곳에서는 공산주의와 나치시대의 물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칼에서부터 훈장, 메달과 배지까지 불길하지만 않다면 하나 구입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다만 아직도 불가리아에서는 머리를 끄덕이면 ‘No’, 가로 저으면 ‘Yes’란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fnkhy@fnnews.com 김호연기자

■사진설명=유럽 제2의 강인 도나우강으로 흘러드는 이스쿠르강 상류 지역의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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