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설경구 싸움 “분명히 뭔가 빠졌어”

파이낸셜뉴스       2007.12.06 13:15   수정 : 2014.11.04 15:43기사원문

“예쁜게 죄냐?”라고 물어도 할 수 없다. 30초 CF에서 지존이던 김태희는 1시간 넘는 화면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영화 ‘싸움’(한지승 감독/시네마서비스 제작) 여자 주인공 김태희(윤진아역)는 달리고 또 달렸지만 단 세마디만 남겼다. “사.과.해.”

‘연애는 환상, 결혼은 현실’이라며 “결혼 해보니 별거 아니야, 하지마, 혼자 살아”라고 떠들던 기혼남녀의 말들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헤어지려면 같이 죽자”던 여자(윤진아)와 남자(설경구·김상민역)가 벌이는 이혼증후군을 격렬하게 풀었다.

연애할 땐 헤어지기 싫어서 죽겠다던 사람들이 결혼 후 웬수가 된다. 말때문이다.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 화성언어·금성언어가 충돌하면 ‘(장미)전쟁’이 시작된다는 코스를 답사해준다.

그 자리에 그것이 꼭 있어야만 마음이 놓이는 예민결벽과다집착형 남편을 둔 부인은 “사과해” 라고 해도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는 남편과 끝장을 낸다.

결혼해 한 집안 공동살림을 똑같이 반으로 나눠 갈라선 이들은 같이 찍었던 사진마저 정확하게 잘라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낸다.

그러던 어느날 “분명히 뭔가 빠졌어”라며 찝찝한 나날을 보내던 남편은 그것이 바로 없어진 시계추 때문이었음을 깨닫고 아내와 전면전을 벌인다.

‘시계추 찾기’에 나선 남편과 그런 남편이 쪼잔하고 소심해서 환장하게 기분 나쁜 아내는 “절대 못준다”며 남편의 새가슴에 불을 지른다.

시계추를 찾기 위해 아내의 집에 들렀다가 커다란 개 2마리에게 혼이 난 남편은 아내에게 앙심을 품고 복수를 한다. 교통사고로 위장해 여자의 양심에 죄책감을 만들지만 그것이 거짓이었음을 안 여자의 처절한 응징이 또다시 시작된다.

도로에서 벌이는 자동차 추격전은 보기에도 아찔하다. 소형차와 짚차의 레이스는 헐리우드액션영화 못지않은 속도감과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잠시 암전된 후 다시 시작하는 화면처럼 영화는 감정이 끊어진 채 이어지지 않는다.

이혼 후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 울고 또 우는 여자(김태희)와 유리를 사이에 두고 닭살행각을 벌이는 연애초기 장면은 난로위 주전자에서 나오는 수증기같다. ‘억억∼’ 운다고 슬픈건 아닌데, 갑자기 보라색 가발을 쓰고 꺼이꺼이 우는 여자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급방긋’할 것 같은 CF의 한장면 같다고나 할까. 따로국밥이다.

이 영화에서 빛나는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LG싸이언스 휴대폰. 김태희의 손에서 늘 떨어지지 않는 이 휴대폰은 싸움의 시작이자 끝이고, 또 시작을 예고하는 숨은 주인공이다. 영화 내내 크리스털고리가 달린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김태희를 보면서 ‘CF의 힘’을 느낀다.(더욱이 서울우유CF까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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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찍는 엽기와 쇠파이프 막싸움이 혼전하는 이 영화는 ‘열라짬뽕 100그릇’처럼 흔들거린다. 김태희의 발음은 음향 탓일까. 후루룩 넘겨보는 만화책에서 잠깐잠깐 보이는 글자같다고나 할까. 비닐봉지속을 빠져나온 말처럼 웅웅거리고 정확히 들리지 않는다. 다만 소심남으로 변신한 설경구가 영화내내 없어진 시계추처럼 중심을 잡고 있어 킥킥거리게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13일 개봉.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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