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사람부터 키워야/박희준 논설위원
파이낸셜뉴스
2008.01.08 15:33
수정 : 2014.11.07 15:54기사원문
은행장들은 신년사에서 이구동성으로 투자금융(IB)을 강조했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따로 없었다.
신한은행의 신상훈 행장은 “한국 금융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IB 부문은 현재의 기업금융 채널을 활용해 영업기반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신 총재는 이에 따라 “효과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살려나가야 하겠다”고 했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 역시 글로벌 IB에 매진, 금융의 수출 산업화와 국부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앞으로 5년 후 아시아 리즈널 플레이어가 되겠다며 동남아 영업망 구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 M&A 전문가는 “방향은 맞는데 2%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력 양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대형 투자은행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외국계 투자은행에 비해 자산 규모가 작고 국내 신용평가 체계가 미흡하며 서비스의 전문성이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전문인력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영어로 금융업무에 대한 의사 결정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인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미국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근 30년 동안 외국 금융회사와 격전을 치르면서 깨우친 바다.
IB 업무란 기업 재무 컨설팅, M&A 주선, 증권 인수, 채권, 주식 및 파생금융상품 거래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고객’의 모든 금융 수요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버는 일로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은 자통법 시행에 대비해 IB 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그만큼 금융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뜻도 된다. 지난해 7월 열렸던 제3차 금융허브 회의 후속 조치로 재정경제부가 지난해 11월 2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확연해진다. 스위스의 국제경영연구원(IMD)이 세계 5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7년 금융 전문인력 국제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2위로 고급 인적 자원이 크게 부족하다. 싱가포르와 홍콩이 각각 4위와 5위이고 중국조차도 25위로 우리보다 앞서 있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회사들에 금융인력 양성을 위한 단계별 전략을 추진해줄 것을 주문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근 은행에서 보험회사로 자리를 옮기 한 임원은 “단기 성과주의가 팽배한 국내 금융회사 풍토에서는 전문인력 양성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M&A의 경우 신참자에서 노련한 전문가가 되기까지는 최소한 15년이 걸린다고 한다. 문제는 은행장 임기가 3년이요 부서장 재직기간은 길어야 2년에 불과하고 실무자들은 자주 자리를 옮긴다. 은행 실적이 좋지 않으면 명퇴를 되풀이하는 게 우리 금융권의 행태다. 그는 “해외에서 스카우트됐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있으면 바보가 된다”고 꼬집었다.
인재 양성은 시급하다. 다만 시간과 돈이 든다. 또 키워놓으면 달아나기도 한다. 그러나 제조업이든 금융업이든 돌파구를 찾는다면 인재 확보가 기본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래야 길이 생긴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인 것이다. 호흡을 길게 하는 최고 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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