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이 빚은 ‘신의 물방울’
파이낸셜뉴스
2008.02.25 22:13
수정 : 2014.11.07 12:17기사원문
‘상업적이다’, ‘고가 와인 일변도다’며 많은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신의 물방울’이 국내 와인 시장과 문화에 미친 충격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의 물방울을 유심히 읽다 보면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바로 ‘부르고뉴의 와인 빚는 한국인’ 박재화씨다.
일본인 남편인 나카타 고지씨와 함께 ‘루뒤몽’이라는 네고시앙(와인중개회사)을 운영하고 있는 박씨는 국내에서는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나 알려진 정도지만 프랑스 현지와 일본 등지에서는 화제의 인물이다.
그의 와인이 ‘신의 물방울’에 소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명성을 얻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더 대단하다. 루뒤몽의 와인들은 부르고뉴 속의 독특한 개성으로 당당히 유명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루뒤몽’사는 포도나 포도원액을 사들여 와인을 제조하는 방식으로 22개 아펠라시옹(AOC·원산지) 와인을 제조하고 있다. 회사의 이름은 박씨 부부에게 큰 도움을 준 은인의 딸 이름인 ‘루’와 박씨가 어릴 적 고향에서 바라본 풍경을 떠올리며 산이라는 뜻을 포함한 ‘뒤몽’을 합해 만들었다고.
‘루뒤몽’의 와인은 부르고뉴 특유의 유연함과 우아함 그리고 깊은 향과 맛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동양적이고 여성적인 분위기의 여운도 감돈다.
루뒤몽에서는 현재 3개의 그랑크뤼급, 2개의 프리미에크뤼급 등 10여가지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중 화이트와인인 ‘뫼르소’는 신의 물방울에 소개됐던 바로 그 와인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레드와인 ‘주브레 샹베르탕’은 나폴레옹이 즐겨 마신 것으로 유명한 정통 피노누아다.
동양의 숨결이 녹아 든 최고의 부르고뉴 와인 생산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박재화 사장과 루뒤몽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박씨는 “부르고뉴는 물론 프랑스 최고의 와인을 내놓겠다”며 지금도 포도원과 양조장을 바쁘게 오가고 있다.
1년에 1∼2차례씩 한국을 방문해 고국의 소비자들에게 자신이 만든 와인을 소개하는 재미에도 푹 빠져 있다.
/hongsc@fnnews.com 홍석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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