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제동장치 ‘MEB’
파이낸셜뉴스
2008.02.26 16:50
수정 : 2014.11.07 12:13기사원문
【아르예플로그(스웨덴)=조영신기자】스웨덴 스톡홀름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북극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륙 후 북쪽으로 1시간 30분 정도 비행한 항공기가 스웨덴 스트루만이라는 시골마을에 내려 앉았다.
공항에서 다시 버스로 2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곳이 스웨던 아르예플로그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아르예플로그까지 무려 18시간(운송수단만)이나 걸렸다. 북극에서 10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오지도 이런 오지가 없다.
온 세상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콧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차다 못해서 폐속까지 얼얼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가까이 해 본 적이 없는 세상이다. 새하얀 것은 모두가 눈과 얼음이고 새파란 것은 하늘뿐이다. 보기에는 아름답기 그지 없는 곳이다. 설경에 취해 있는 기자를 현대모비스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 준다.
■어떤 길이라도 달리고 멈춘다.
아르예플로그는 전 세계 유명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겨울철에 총 집결하는 곳이다.
현대모비스는 물론 독일 보쉬, 미국 델파이 등 세계적인 부품회사 뿐만 아니라 벤츠와 BMW, 포르셰 등 완성차 업체들도 이곳에 테스트장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이곳 아르예플로그에 시험장을 만든 것은 지난 2004년이다.
현대모비스는 이곳에 50만㎡(15만평) 규모의 동계 주행시험장을 건설, 매년 이곳에서 동계 테스트를 하고 있다.
동계시험장은 랜드트랙(Land Track)과 호수트랙(Lake Track)으로 나눠져 있다.
랜드트랙은 눈이 쌓인 일반 길이며 호수트랙은 얼음 길이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 때문에 호수가 70㎝ 이상 두께로 얼어 있다.
랜드트랙은 구동력제어시스템(TCS) 시험을 위한 10도, 15도, 20도 ‘등판로(Hill road)’와 미끄럼방지시스템(ABS) 및 차량 자세 제어장치(ESC)의 미끌림 시험을 위한 ‘비대칭로(Split road)’, 시가지와 같은 블록을 설치해 놓고 주행 및 제동에 관한 성능을 복합적으로 시험하는 ‘시가로(市街路, Urban Track)’ 등 세 종류의 트랙이 만들어져 있다.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은 이곳 미끄러운 노면에서 출발이나 가속시 바퀴가 헛도는 정도를 체크하고 최고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시가로와 비대칭로에서는 ESC테스트가 한창이다.
커브길이나 장애물이 출현하는 등 갑작스러운 위험상황을 연출, 차량이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지를 시험한다.
또 바퀴의 미끄러짐과 차체 선회각을 자동차의 네 바퀴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감지, 최상의 ESC를 구현할 수 있는 시험도 겨울철 내내 이곳 아예르플로그에서 실시된다.
승용차로 5분 정도 이동하자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는 얼음판이 나온다. 호수트랙이다. 유드쟈우르 호수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꽁꽁 얼어 붙었다.
스케이트장처럼 광이 번쩍번쩍 난다. 노면을 최대한 미끄럽게 하기 위해 얼음 위에 광(Polished Ice)까지 냈다.
얼음 판 위에는 ‘ABS 직선로’, ‘ESC 범용 시험로’, ‘핸들링 코스 트랙’, 선회 시험을 위한 ‘서클 트랙’ 등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악의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꿈의 제동장치인 ‘차량 통합 제어 시스템’ 기술을 잡아라
올해 현대모비스가 이곳 아르예플로그에서 시험하고 있는 것은 전자식 제동장치다.
지난해 개발을 끝낸 고급형 첨단 전자식 제동장치인 ABS와 ESC가 상용화 전에 테스트를 받고 있다. 또 오는 6∼7월께 상용화를 앞둔 상용차용 ABS도 이곳에서 혹한기 시험 중이다.
올해 현대모비스 혹한기 주행테스트의 핵심 실험은 ‘차량 통합 제어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제동과 조향, 현가 등의 개별 시스템들을 통합 제어해 최적의 주행안정성을 확보해주는 ‘섀시 통합제어시스템’ 기술과 앞차와의 일정거리를 유지해 차량 충돌을 억제하는 차간거리 유지 장치(ACC) 등 차량의 충돌을 사전에 예방해주는 ‘능동형 안전시스템’을 결합한 개념이다.
‘차량통합제어시스템은’ 하나의 전자제어장치로 각종 전자시스템들을 제어해 어떠한 주행 상황에서도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고 각종 센서 및 제어장치를 공용화함으로써 원가를 절감시켜주는 ‘꿈의 시스템’으로 불린다.
현재 이곳 아예르플로그 혹한기 주행테스트장에서는 전동식 조향장치(MDPS)와 제네시스에 공급 중인 에어서스펜션, 첨단 에어백 기술 등을 결합한 ‘섀시 통합제어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측은 “한국의 경우 아직 ESC 장착률이 18%(2006년 신차 기준)에 그쳐 낮지만 유럽(43%)이나 미국(29%) 등 선진국은 장착률이 상당히 높다”며 “자동차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도 ESC의 장착률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국내 200만대 생산규모의 전자식 제동장치를 오는 2009년까지 287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전동식 조향장치도 현재 연간 80만대에서 160만대(2010년) 생산 규모로 늘릴 예정이라고 모비스 관계자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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