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자진신고’ 소송 당해야 하나
파이낸셜뉴스
2008.04.03 22:06
수정 : 2014.11.07 09:23기사원문
옥션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집단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옥션 사태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넥스트로 법률사무소는 3일 2078명의 소송단이 해킹을 당한 옥션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1인당 청구금액은 200만원이다. 김현성 변호사가 개설한 네이버 ‘명의도용 피해자 모임’도 다음달 초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므로 소송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구체적인 피해도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칫 기업에 또 다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옥션이 해킹당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
옥션은 지난 2월 4일 로그 파일상에 침입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를 해킹 징후로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관련기관과 옥션이 침입 경로, 해킹 대상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섰지만 정확한 내용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옥션 관계자는 “복잡한 경로를 통해 침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범인이 잡히기 까지는 침입경로 등을 추정해 발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일부가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했지만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넥스트로 법률사무소 박진식 변호사는 “결국 정보유출과 관련해 확실한 해명은 없을 것”이라며 “때문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소송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도 “소송과정에서 정보 유출 경위와 범위 등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실익이 없더라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정보유출을 이슈화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위해 의뢰인들도부터 인지세를 1인당 1만∼3만원씩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에서는 옥션이 이번에 스스로 해킹당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는데 집단소송으로 피해를 보게 되면 앞으로 업체들이 해킹사실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내놓고 있다.
옥션측은 아직 정보유출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해킹사실을 신고했는데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피해금액 보상수준 얼마나 될까
이번 사고가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외부 침입으로 인한 유출사고로 추정됨에 따라 과거의 사례와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책정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과거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의 집단소송 사례를 살펴보면 국민은행 경우 지난 2006년 고객들에게 e메일을 보내면서 실수로 주민등록번호 등이 담긴 고객명단을 첨부, 전송했다가 1000여명에 대해 총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1년6개월 만에 1인당 10만원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LG전자도 지난 2006년 9월 한 인터넷 카페에 입사 지원자 소개서가 공개돼 31명에게 1인당 위자료 7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위 두 사례의 경우 당초 변호사들이 제시한 금액은 100만원 이상이었다.
명의도용 사건의 경우 관련 소송자들이 패소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초 리니지 명의 도용 피해자 1만명이 엔씨소프트와 김택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엔씨소프트는 명의 도용과 관련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으며 사업적 이득을 위해 명의 도용을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피해 주체나 내용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 정보보안 업체인 소만사의 한 고문변호사는 “누구의 정보가 나갔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소송이 성립될 수 없다”며 “소송은 피해를 본 당사자가 분명해야 가능한데 누가 피해를 보았는지 모른다면 소송의 기본 요건이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박 변호사는 “2006년 리니지2 정보유출사건에서도 당시 1심에서 500만원을 청구했는데 50만원을 지급하라고 나왔다”며 “이번 경우는 당시보다 유출 범위가 넓고 확실한 상태여서 청구금액을 높게 잡은 것이고 충분히 가능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scoopkoh@fnnews.com고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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