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료’의 조건

파이낸셜뉴스       2008.06.04 16:33   수정 : 2014.11.07 02:37기사원문



그리스-로마 신화에 따르면 불은 신의 소유이며, 불이 없는 인류의 삶은 고단했다고 한다. 또한 이를 보다 못한 거신(巨神) 프로메테우스가 신의 제단 앞에 있던 불을 훔쳐 사람들에게 넘겨주면서, 인류가 비로소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신화에 불과하지만, 불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개선되고 불을 다스리는 능력과 함께 문명이 시작되었음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3가지 조건만 충족된다면 불은 언제든지 피울 수 있다. 연료, 산소, 발화점 이상의 온도가 그것이다. 특히 발화와 온도와의 관계가 중요한데, 기체만이 탈 수 있다는 사실과 온도가 높아지면 액체나 고체 연료로부터 기체 증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즉 가솔린이라고 할지라도 온도가 낮으면 충분한 증기를 만들지 못해 발화시킬 수 없으며, 고체 연료는 보다 높은 온도에서야 태울 수 있다.

‘불을 피우기 위한 온도’는 발화시키는 온도와 발화된 불을 유지시키는 온도, 두 개념으로 나뉜다. 즉 연료에 불을 붙였다고 해도 주변이 어떤 온도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발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불을 붙이는 방법으로서 성냥이나 스파크와 같은 착화원에 의한 발화와 착화원 없이 순전히 고온에 의한 발화가 있다. 인화점과 발화점은 각각 그 상황을 반영한다.

흔히 가장 이상적인 연료의 조건으로서 끓는점과 인화점이 최대한 낮고, 기화열과 발화점이 가급적 높을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조건을 하나씩 검토해 보자.

먼저 끓는점은 분자 간 인력의 세기를 반영한다. 따라서 끓는점이 낮은 연료는 분자들 간의 인력이 약해 쉽게 기화될 수 있다. 이렇게 휘발성이 크다면 낮은 온도에서도 높은 증기 압력이 나타나 불을 붙이기 쉬워진다. 또한 인화성 액체라고 할지라도 충분한 증기 압력이 형성되어야 발화가 가능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 온도를 ‘인화점’이라고 한다.

인화성 액체는 인화점이 37.8도 이하인 액체이며, 인화점이 이보다 높은 액체를 가연성 액체라고 부른다. 특히 성냥처럼 마찰에 의해 발화가 가능한 고체를 가연성 고체라고 부른다.

다음으로 기화열이란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상변화 과정에 흡수되는 잠열을 말한다. 기화열이 크면 더 많은 열에너지가 증기가 만들어질 때 회수되어 발화 시 많은 에너지가 방출된다. 자연 발화 온도, 즉 발화점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착화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인화성 액체에서 저절로 불이 발생한다. 즉 발화점이 되면 자연 발화에 필요한 충분한 기체 농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가령 가솔린은 456도, 페인트 시너는 234도, 메탄가스는 538도에서 저절로 불이 난다. 따라서 발화점이 높은 연료는 사용하기 안전하다.

흔히 사람들은 인화성 기체의 냄새가 심하게 날수록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개념을 ‘폭발한계’라고 부르는데, 도시가스의 경우에는 폭발한계가 5.3∼15.0%이다. 그 의미는 공기 입자 100개 중에서 연료 기체가 5.3개 이하로 들어 있는 상태이거나 15.0개 이상으로 들어 있는 상태에서는 발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생각하기)

에탄올의 끓는점은 78도, 인화점은 12도로서 연료 중에서 낮은 편에 속한다. 반면 기화열은 대략 920kJ/㎏, 발화점은 425도로서 연료 중에서 높은 편에 속한다. 가솔린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끓는점은 38∼204도로서 폭이 상당히 큰데, 그 이유는 가솔린의 품질이 제조하는 정유사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화점은 -40도, 기화열은 최대 2091kJ/㎏, 발화점은 246도이다. 또한 폭발한계는 에탄올은 1.4∼7.6%, 가솔린은 4.3∼19.0%이다. 자동차 연료로서 에탄올이나 가솔린이 선택될 수 있다면 에탄올은 ‘친환경 혹은 안전한 연료’, 가솔린은 ‘효율이 좋은 연료’로 불릴 것이다.
미국은 에탄올 자동차가 굴러다니지만 우리나라는 인화점보다 기온이 낮은 겨울 때문에 어렵다.

질문)

에탄올과 메탄올의 기화열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에탄올이나 메탄올을 첨가한 석유는 연료로서 어떠한가?

답변)

증기가 더욱 많이 발생하는 긍정적 효과 이외에 더 많은 열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어 순수한 석유보다 연료로서 우수하다.

―백광현, ㈜엘림에듀 대표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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